성남 은행주공‧부산 괴정5구역, 공사비 이견으로 시공사와 결별
서울 상계2구역‧대조1구역, 조합장 해임으로 집행부 '공석'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현장 입구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김하수 기자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현장 입구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김하수 기자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전국 곳곳 정비사업장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공사비 인상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시공사와 결별을 선언하는 조합이 있는가 하면, 사업 지연으로 조합장 등 조합집행부를 교체하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공사나 조합집행부 교체 시 이전보다 나은 조건으로 투명한 사업 추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소송에 따른 비용과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이 커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최근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공사 가계약 해지 결의의 건을 가결했다. 해지 금액은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각각 4185억원으로, 총 8370억원 규모다.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일대에 위치한 은행주공은 총 201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거쳐 32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조합은 지난 2018년 12월 시공사로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조합-시공사 간 갈등의 원인은 공사비다.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시공사가 지난해 공사비를 3.3㎡당 445만원에서 672만원으로 51% 인상하고 공사기간을 46개월에서 53개월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조합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지난해 9월 시공사 계약해지를 위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으나 부결됐다. 이후 조합은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을 했으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계약해지로 이어졌다.

부산 괴정5구역 재개발사업도 지난 2월 기존 시공사와 계약 해지를 결의했다. 괴정5구역 재개발사업은 부산 사하구 괴정동 571-1번지 일원에 26개동, 지하 4층~지상 39층, 아파트 3509가구·오피스텔 52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맡았다. 공사비는 약 1조2000억원 규모다.

조합 측은 “공사비 협상에서 시공사와 조합간 간극이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여러 문제로 인해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계약 해지 이유를 설명했다.

공사비 이견으로 시공사와 결별에 나섰다가 어쩔 수 없이 ‘교체’ 대신 ‘동행’을 택한 사업장도 있다.

경기 남양주 덕소2구역 재개발조합은 기존 시공사인 라인건설과 공사비를 놓고 이견을 보이며 시공사 교체에 나섰다. 조합은 시공사 입찰공고까지 냈으나 무응찰로 유찰돼 기존 건설사인 라온건설과 재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3.3㎡당 공사비 550만원에 최종 협의하며 라온건설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공사비와 사업 속도를 이유로 조합장 등 조합집행부를 해임하는 사업지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 정상화위원회는 지난 13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조합장 및 임원진(이사·감사) 10명 해임 △조합장 및 임원 직무집행 정지 안건을 가결했다.

조합 집행부 해임의 주요 원인은 공사비 인상과 총회 부정투표 의혹이다. 조합집행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동부건설 컨소시엄과 지난해 9월 공사비를 종전 3.3㎡당 472만원에서 595만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관리처분계획안 수립 안건은 올 초 열린 총회에서 조합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최종 부결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부정투표 의혹까지 불거져 조합원 간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조합원이 아닌 외부인이 투표용지 3장을 넣다 현장에서 적발된 것이다.

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도 현재 조합장이 공석인 상태다.

지난해 조합은 일반분양을 위한 총회를 계획했지만,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을 진행, 지난해 2월 조합장 직무가 정지됐다. 이에 조합은 해임됐던 후보를 다시 조합장으로 선출했지만, 일부 조합원이 또 다시 총회개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총회 역시 무산됐다.

이곳은 지난해 상반기 일반분양 예정이었으나 조합원 간 내홍으로 분양이 무기한 연기됐으며, 공사비 지급 역시 연기되면서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올해 1월 1일부로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시장에서 시공사와 조합 집행부 교체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공사가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원 입장에서 늘어난 공사비는 추가분담금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는 정비사업장들도 줄을 잇고 있다. 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한 건수는 제도가 도입된 2019년 2건에서 2023년 30건으로 15배나 늘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 인건비의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시공사, 조합 집행부와 마찰을 빚는 사업지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다만 새로운 시공사나 집행부를 선정하기까진 최소 수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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