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보험업계 특허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보험시장이 점차 포화되고 신규 가입자 수 감소 등 위기에 직면하자 타사와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상품과 보장에 대한 관심이 높고 회사의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어 보험사들의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타적사용권이 까다로운 심의 과정에 비해 독점 판매부여 기간이 짧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특히 독점 판매 기간이 지나면 다른 보험사도 동일한 상품을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어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5월 출시한 행복플러스 연금보험(무배당, 보증비용부과형) 상품에 대한 3개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행복플러스 연금보험은 상품의 구조가 다양한 보증형 상품으로 확장이 가능하고 보험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생명 상품 관계자는 "이번 배타적 사용권 획득으로 신상품에 대한 독창성과 유용성을 인정받게 됐다"며 "노후안전망으로서 연금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배타적사용권은 보험사의 '특허권'이라고도 불린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신상품위원회는 보험사 신상품의 △독창성 △유용성 △진보성 △노력도 등을 판단해 해당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3~12개월의 독점 판매 권리를 부여한다. 이 기간 동안 다른 보험사는 유사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이에 앞서 한화손해보험도 최근 개발한 '유방암예후예측검사비' 특약이 손해보험협회로부터 6개월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았다. 해당 특약은 차병원과 공동 개발했으며 유방암 환자의 유전자를 활용해 맞춤 치료와 재발 여부 예측을 위한 검사비를 최초 1회에 한해 보장해 준다. 한화손보는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여성 건강보험 상품에 이 특약을 반영해 판매할 예정이다.

하나손해보험도 이달 초 하나해외여행자보험의 '해외여행 중 여권 도난·분실 추가체류비용(3일 한도)' 특약에 대해 3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이 특약은 해외여행 도중에 여권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해 재외공관에 여권 분실신고를 하고 여행증명서(TC, Travel Certification) 또는 긴급 여권을 발급받은 경우에 한해 보상한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 13일 '급여 비유전성유전자검사보장특약 무배당' 등 2종을, 라이나생명도 지난 10일 '무배당 다이나믹건강OK보험' 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KB라이프생명 역시 지난달 'KB 골든라이프케어 종신보험 무배당'에 대한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보험사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며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시대에 맞는 배타적사용권은 매년 꾸준히 나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시장 선점 효과로 위기 극복

보험사들이 매년 연구와 투자를 통해 배타적사용권 확보에 힘쓰는 이유는 독창적 상품과 서비스 개발로 시장 선점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특히 보험사들은 관련 상품이 포화된 보험 시장에서 배타적사용권 선점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신규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나채범 대표 취임 후 여성 특화 보험을 출시하고 관련 배타적사용권도 연이어 취득하면서 '여성 특화 보험사'로서 이미지를 다졌다. 특히 해당 브랜딩은 실적 확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관심을 끌었다.

또 보험사들은 특색있는 보장을 통해 고객을 끌어모으고 재정적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 확보로 상품에 대한 독립적 판매 권한이 생기기 때문에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면서 "'최초' '최다' 등의 타이틀을 통한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기 좋다"고 말했다.

다만 배타적사용권은 보통 3~6개월 정도만 주어지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는 없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이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대략 6개월에서 1년이 지나야 판매가 활발하게 된다"며 "배타적사용권을 통해 수익을 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실효성 제고 등 시스템적 개선 필요

부족한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연이어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배타적사용권에 대한 시스템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 대비 보험사가 얻는 실효성 자체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타적사용권을 얻기 위해선 까다로운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청서를 제출한 보험 상품은 심의에 출석한 심사위원의 3분의 2 이상에게 한 명당 80점을 얻어야 한다. 심의 결과에 따라 평균 95점 이상이어야 1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으며 90점 미만은 3~6개월에 그친다.

어렵게 부여받은 배타적사용권도 독점 기간이 끝나면 다른 보험사도 동일한 상품을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어 실효성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지금의 보장 수요에 딱 맞고 기발한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게는 배타적사용권 인정 기간을 더 늘려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그간 출시된 새로운 형태의 상품들이 당국 규제에 중단될 위기를 맞으면서 독창적인 배타적사용권 역시 매년 줄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 업계에선 금융소비자보호법, 보험업법 등 관련 법령과 기존 논리에 상품을 맞추다 보니 다양성과 창의성이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배타적사용권이 심의를 신청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출시되지 않고 있다"며 "이젠 모든 산업이 각 분야와의 협업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배타적사용권이 더욱 활발하게 나와야 보험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