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전기차 화재에 화들짝…손보사들 보험료 인상 카드 만지작
전 세계적 전기차 화재에 보험사 집중 계속된 손해율 상승에 실적 악화 우려 보험료 인상 통한 실적 방어 고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국내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이어지면서 손해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연이은 보험료 인하로 보험사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집중호우와 전기차 화재 등으로 손해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보험료 추가 인상을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보험료 인상 대신 전기차와 관련된 보험 체계 재정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관련 사고도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의 내연기관차 중심의 보험 체계로는 전기차의 특성과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1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화재·폭발에 의한 전기차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담보) 사고는 전기차 1만대당 0.93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이하 하이브리드차 포함) 화재·폭발 사고는 1만대당 0.90대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자차 담보는 상대 운전자 없이 자동차를 소유·관리·사용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로 자동차에 직접적으로 생긴 손해를 보험가입금액 한도로 보상하는 보험이다.
화재나 폭발 사고 건수는 전기차와 비전기차 간 차이가 크지 않지만 손해액은 전기차가 2배가량 높았다. 화재·폭발 사고 건당 손해액은 전기차가 1314만원, 내연기관차는 693만원으로 집계돼 전기차가 1.9배 높은 수준이다.
보험개발원은 "연비가 좋은 전기차는 평균 주행거리가 길어 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며 "급가속이 가능한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험사 관계자도 "통상 전기차는 동급 대비 가격이 비싸고 한번 불이 붙으면 차량이 전소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손해액도 높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 손해율 상승에 보험료 인상 불가피
초여름에 내린 집중호우와 연이은 전기차 관련 사고에 손해보험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사고율과 손해액이 증가하면서 손해율 역시 높아졌고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선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7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0.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7.7%) 대비 2.4%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80%를 넘기지 않아야 보험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손해율이 80%를 넘으면 사실상 인건비, 마케팅 등의 비용이 있어 이익이 없거나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보험사들은 손해율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로 인한 보험료 인하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 △전기차 화재 사고 등으로 인한 손해율 상승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와 비전기차를 구분해 보험료 조정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치솟은 손해율로 인해 자동차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손해보험사와 민생 지원 차원에서 내려야 하는 정부 사이에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판단이 전제된다면 사고율이 높은 전기차에 국한해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타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손해율로 인한 보험료 인상은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자동차보험료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쉽게 올릴 순 없다"며 "다만 대부분의 손보사가 인상에 대한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체계적이고 변화된 대응 필요하단 의견도
다만 일각에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량이 차이가 있는 만큼 전기차 리스크에 대한 보험업계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보험사들도 전기차 관련 보험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는 손해율이 우량한 전기차 제조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전체적인 전기차 보험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을 병행할 예정이며 KB손해보험도 전기차 화재 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전기차 특화 보장 범위 확대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달 모든 종류의 전기차 대물배상 한도를 특약 가입 시 20억원까지 가능하도록 기존 10억원 한도에서 상향 조정했다.
또 충전소·주차장 관리 시설, 소방 설비 업체 등 다양한 주체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의무보험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전기차 관련 위험 시설에 대해서는 의무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며 "현재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