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상반기 실적 20% 이상 증가
IFRS17 도입 후 보장성보험 판매 효과
금리 인하 대응 등 하반기 숙제 여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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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상반기에 또 한 번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가 늘고 의료파업 등 장기 위험 손해율도 개선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일부 손보사는 2분기 순이익이 1분기 대비 저조해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받았고 금융당국의 회계제도 개선안 마련이 늦어지는 사이 업계 안팎에선 실적 부풀리기 논란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상위 5개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은 4조8211억원으로 작년 동기(3조9540억원) 대비 22%(8671억원) 증가했다.

이중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순이익이 1조원 안팎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작년보다 8% 늘어난 1조2772억원을, DB손해보험은 23% 늘어난 1조1241억원을 기록했으며 메리츠화재도 22% 증가한 9977억원으로 1조원에 달했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장기보험 손익도 전년동기 대비 1500억원 이상 늘어났다.

현대해상의 경우 당기순이익(833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67.6% 증가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KB손해보험도 572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9% 증가하면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운전자보험, 간편보험 등 상품경쟁력을 기반으로 보장성 신계약이 성장함에 따라 CSM이 증가했다"며 "의료파업 등에 따라 장기위험 손해율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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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보장성 판매 급증이 실적 견인

손보사들이 호실적을 거둔 것은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한 덕이다. 미래 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은 IFRS17 체제에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아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실제 올 상반기 5개 손보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액은 35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은 부채 항목에 CSM을 쌓은 뒤 이를 매년 일정 비율 이익으로 반영(상각)했고 5대 손보사의 합산 CSM 잔액은 작년 말 53조520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55조8944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와 전공의들의 갈등이 5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의료파업이 장기화되자 장기 위험 손해율은 자연스럽게 개선됐고 이는 장기보험 손익 증가세로 이어졌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화재가 8590억원에서 9048억원으로 1년 새 5.3% 증가했고 DB손보는 7024억원에서 8416억원으로 20%, 메리츠화재는 7178억원에서 8688억원으로 21%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2240억원에서 7340억원으로 228% 불어났으며, KB손해보험 역시 4702억원에서 6200억원으로 32% 증가했다.

무·저해지 상품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저해지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내 해지 시 환급금이 없지만 보험료가 일반 상품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며 "예상 해지율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무·저해지 상품의 이익 규모 차이가 벌어질 수 있는데 일부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높게 설정하면서 실적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 순익 감소·금리 인하 등 숙제 여전

다만 2분기만 놓고 보면 1분기와 비교해 순이익이 악화된 손보사가 다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삼성화재의 2분기 순이익은 611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8% 감소했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KB손해보험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줄었다. 5대 손보사 중 메리츠화재가 유일하게 1분기 4909억원에서 2분기 5068억원으로 순이익이 3.2% 증가했다.

IFRS17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보험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적 부풀리기 논란도 여전한 리스크다. 특히 무·저해지 상품을 통해 보험사가 해지율을 임의로 높게 잡아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올 하반기 금융당국이 IFRS17 제도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보험개혁회의에서 "IFRS17 쟁점 사항은 가급적 연말 전에 빠르게 개선 방안을 도출·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일각에선 하반기부터 예상되는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인해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락한 금리는 보험사의 자산 수익성을 떨어뜨려 재무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측면에서도 불리해진다.

이에 보험사 관계자는 "단기적인 실적 개선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며 "디지털 전환, 신규 시장 개척,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 등이 주요 과제를 성실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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