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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P&A방식 급전환...MG손보 노조 '메리츠화재 인수' 결사반대

"고용승계 책임 없어 근로자들 생존 위험" 주장 자산부채이전 진행돼도 이후 갈등 봉합은 숙제

2024-08-26     최동수 기자
사진=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수의계약을 진행할 의사를 밝힌 가운데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이 매각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사모펀드에 이어 메리츠화재까지 입찰에 참여하자 MG손보 노조는 인수 절차에 대한 불신과 인수 이후 직원들의 고용안정·노사관계 유지 보장 등을 이유로 매각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업계에서도 갑작스럽게 인수에 참여한 메리츠화재의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인수합병(M&A)에 대한 메리츠금융지주의 원칙이 확고한 만큼 MG손보 인수는 신중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조와의 갈등 봉합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각종 변수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국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이하 MG손보 노조)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MG손해보험 생존권 사수, 졸속매각 저지, 고용보장 촉구 조합원 총회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MG손해보험 임직원 및 관계자 300여명이 참여했으며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하고 보험시장을 교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무금융노조 역시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가 메리츠화재와 밀실 수의계약을 진행했다며 MG손보의 매각 과정에 메리츠화재의 배제를 촉구했다.

MG손보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는 이미 정해진 메리츠화재와의 밀실, 야합 수의계약 진행을 즉각 중단하고 MG손보 임직원의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승계를 보장할 수 있는 책임있는 인수자를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MG손해보험 생존권 사수·졸속매각 저지·고용보장 촉구 조합원 총회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이 참석한 MG손해보험 노조원들. 사진=최동수 기자.

◇ "수의계약 사전 준비" 매각 막아야

MG손보 노조의 매각 반대 투쟁은 입찰 과정에서 메리츠화재가 새롭게 참전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MG손보 대주주는 지분 95.5%를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지만 지난 2022년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위탁받아 공개 매각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예보는 지난해 1월과 8월에 이어 올해 4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MG손보 매각을 추진했지만 3차 예비입찰에 인수 의향을 밝혔던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7월 본입찰에 모두 참여하지 않아 인수는 무산됐다. 이후 예보는 재입찰 공고를 냈고 여기에 이전 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 두 곳과 메리츠화재가 등장하며 시장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네번째 입찰 역시 불발되면서 예보는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수의계약은 경쟁이나 입찰에 의하지 않고 매수자를 임의로 선택해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국가계약법상 같은 조건으로 치러지는 동일 차수 내 재공고에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때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MG손보 노조는 이 과정에서 메리츠화재와 금융당국이 사전에 협의를 마쳤다고 주장한다. 재입찰이 유찰된 것도 메리츠와 수의계약을 하기 위한 예비 단계란 해석이다. 노조측은 "이번 딜의 유찰 발표와 동시에 다음 단계의 확정 발표까지 신속하게 진행했다는 것은 사전 준비한 절차로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노조는 회사가 메리츠화재로 넘어가면 고용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예보는 MG손보를 자산부채이전(P&A·Purchase & Assumptions)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인데 법률상 인수자는 인수할 기업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다. 메리츠화재가 그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던 점을 고려하면 고용승계를 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MG손보 노조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인수 의사를 내려놓을 때까지 시위·결의 등 우리들의 목소리를 이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 과정부터 난관…인수 가능할까

다만 업계에선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대해 메리츠화재가 인수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만큼 확대해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14일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당시 MG손해보험 인수 관련 질문에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경우 완주할 것이고 아닐 경우 중단될 것이다"라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가격 적절성 △감당 가능한 리스크 규모와 성격 △인재 확보 여부 등의 원칙을 기반으로 MG손보 인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향후 M&A에 대한 명확한 결과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MG손보 인수 시 정상화를 위해 1조원 가까운 자금을 추가 투입돼야 하는 데 여러 변수를 극복하고 인수를 빠르게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며 "P&A 방식의 매각이라면 인수합병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MG손보 노조도 예보가 P&A 방식이라는 선택지를 열어뒀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상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전부 인수하는 지분매각 방식과 달리 인수자가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P&A 방식을 통해 메리츠화재가 우량 자산만 가져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아픈 손가락인 MG손보 매각을 위해 P&A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이다"라며 "인수 과정도 어렵지만 인수 후 갈등 봉합도 MG손보를 가져가는 인수사에겐 최대 숙제 중 하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