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롯데손보 등 매각 연이어 진행
'캐시카우' 원하는 금융지주에 매력적
건전성·매각가로 인한 인수 어려움도

KDB생명 본사. 사진=KDB생명.
KDB생명 본사. 사진=KDB생명.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던 알짜 보험사 매물들이 또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금융지주의 캐시카우로 보험사가 각광받으면서 보험사가 없는 금융지주는 물론 사모펀드사 역시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 중 일부는 규모가 작고 건전성 지표가 좋지 않아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실제 인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또 지난해 대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활발한 M&A를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6곳이다. 손해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MG손해보험, 생명보험사는 KDB생명·ABL생명·동양생명·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다. 해당 보험사들은 좋은 조건이 제시되면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MG손해보험의 경우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3차 공개 매각을 진행했을 정도로 매각에 적극적이다. 예보는 MG손보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 공적자금 투입, 자산부채이전(P&A) 매각 방식 등 매수자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내세웠다. 이번 MG손보 매각은 제한경쟁입찰 방식 공개 매각으로 다음 달 11일까지 진행된다.

롯데손해보험도 매각 주간사인 JP모건을 통해 주요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잠정 매수자에게 투자설명서(IM) 발송을 준비 중이다. IM 발송 전에 비밀유지협약을 맺기 위해 몇몇 지주사를 대상으로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양생명 역시 연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동양생명의 최대 주주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 한국 시장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다자보험그룹 계열사인 ABL생명의 매각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와 매각을 진행하다 결국 무산됐던 KDB생명 역시 올해 7번째 매각 시도에 나설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M&A가 이뤄지지 않았던 보험사들이 최근 다시 매각에 도전하고 있다"며 "대체로 인수자에 맞춘 매각이 이뤄지면서 보험사의 역량이 확인되면 시장 상황에 따라 다수의 M&A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동양생명 본사. 사진=동양생명.
동양생명 본사. 사진=동양생명.

◇ 금융지주·사모펀드 보험사 인수 적극적

지난해부터 보험사 매각은 M&A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보험 계열사가 없는 금융지주나 이미 보험사를 가진 금융지주가 확장을 노리며 추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자 사모펀드사까지 달려들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올해 보험사들이 잇따라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면서 알짜 보험사를 가져가려는 '눈치게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인수에 적극적인 곳은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의 경우 증권사 인수를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적당한 매물이 등장하면 보험사 인수를 희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보험사를 갖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하나금융과 신한금융도 체급 확장을 위해 추가 인수 의사를 내비칠 수 있다. 실제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지난해 KDB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어 매각 우선현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최종 딜은 무산됐다. 올해 인수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알짜 매물로 꼽히는 동양생명·롯데손보에 눈독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그룹은 물론 사모펀드까지 달려들면서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실적 개선 △캐시카우 역할 때문이다. 최근 인수 매물로 거론되는 다수의 보험사들은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롯데손보는 장기보장성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결과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인 30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 동양생명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04.8% 증가한 2957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보험사가 비은행 부문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금융지주의 구미를 당겼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태와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카드·캐피탈 업황 악화로 이어졌고 보험사가 비은행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KB손보·KB라이프생명은 지난해 총 1조원 넘는 순이익을 올려 KB금융 순이익에 21.8% 기여했다. 신한라이프도 4724억원을 벌어 신한금융 순이익 기여도가 10.6%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수하려는 움직임은 매년 있었지만 실적 개선이 되지 않아 인수에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올해는 실적 개선은 물론 보험 업황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인수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건전성 지표·높은 매각가로 인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다만 일각에서는 관심에 비해 실제 M&A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부 보험사 매물의 경우 규모가 작고 건전성 지표가 좋지 않아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 다른 보험사는 매각자와 인수 후보자 간 매각가 견해차로 인해 M&A 레이스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G손보와 KDB생명의 경우엔 여전히 저조한 재무건전성 등으로 매물로서의 매력을 어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MG손보의 재무건전성은 취약한 상황이다. MG손보의 지난해 3·4분기 기준 지급여력제도 비율(K-ICS)은 64.5%로 금융당국 최소 기준치인 100%를 하회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손해율도 지난해 업계에서 유일하게 100%를 넘겨 가장 높은 손해율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우량 매물로 손꼽히는 롯데손보의 경우 인수 가격과 관련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보는 롯데손보 가치는 2조원 안팎이지만 인수 후보자 입장에선 현재 시가총액(8891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도 2조원 이상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동양생명 역시 알짜 매물로 평가받고 있지만 같은 중국 다자보험그룹 계열의 ABL생명 매각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동양생명이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밟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 외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BNK금융이 생명보험사 외에 손해보험사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매각이 실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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