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의향서 접수 이어지며 매각 현실화
낮은 건전성과 비싼 인수 금액 걸림돌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보험사 매각과 관련해 본격적인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보험사 인수합병(M&A)도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MG손해보험이 기업 매각을 위한 예비실사에 돌입했고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우리금융그룹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업계의 관심도 M&A 시장에 쏠리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아직 부진한 재무 건전성과 일각에서 거론된 고평가 논란을 해결해야 M&A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보험사들도 매수 희망자와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새 주인 찾기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예금보험공사(예보)는 MG손보 공개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했다. 입찰에 참여한 2개 사는 국내 유력 벤처캐피털(VC)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사모펀드(PEF) JC플라워다.
예보는 예비 인수자들에게 지난 24일부터 5주간 MG손보 실사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내달까지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예비실사를 거친 뒤 6월 중순부터 본입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MG손보 예상 매각가는 약 2000억~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예보는 지난해부터 MG손보 매각을 시도했지만 입찰자가 나오지 않아 매각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에는 사모펀드 한 곳이 예비입찰에 응했지만 유효경쟁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
예보 관계자는 "예보 기금은 물론 인수 자금까지 투입해 자본 건전성을 끌어올릴 예정이다"라며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추후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 기준 국내 손보 업계 7위인 롯데손해보험도 M&A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의 매각 주간사인 JP모건은 지난 23일부터 원매자들에게 LOI를 순차적으로 접수받고 있는데 블랙록·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우리금융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9년 롯데그룹에서 분리된 후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에 매각된 롯데손해보험은 인수 5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약 3700억원을 투자해 롯데손해보험 지분 53%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약 36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77%까지 높였다.
인수의향서 접수를 시작한 뒤 복수의 원매자가 예비입찰에 참여하면 실사 등을 통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진다. M&A 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 지분 가치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해 롯데손보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서로의 기준이 맞다면 인수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JKL과 JP모간은 이르면 6월쯤 본입찰을 거쳐 연내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예정대로 일정이 흘러간다면 이르면 오는 상반기 내 최종 인수자의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실적 악화에 비싼 몸값, 인수 난항
MG손보를 사겠다는 인수자는 나타났지만 최근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여전히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MG손보는 249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연간 순손실은 837억원으로 전년 순이익 324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아울러 MG손보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킥스비율(K-ICS비율, 신 지급여력비율)이 경과조치 적용 전 50.1%, 적용 후 64.5%를 기록했다. 금융당국 권고치(150%)는 물론 최소 요구기준(100%)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 알려진 MG손보의 매각가는 3000억원이지만,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7000억~8000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손해보험 인수 역시 지난해 거둔 성적으로 인해 매각가가 너무 높게 측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 롯데손보는 지난해 영업이익 3973억원, 당기순이익 3024억원을 기록했고 수익성 지표인 CSM(보험계약마진)도 2조396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2.9% 급증하는 등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특히 CSM 확대로 인해 롯데손보의 몸값이 시가총액보다 2조원 이상 높은 3조원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시가총액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우리금융그룹의 입장도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26일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간 보험사, 증권사 없이 실적을 꾸준히 잘 낸 만큼 급하진 않은 상황이다"라며 "우리금융의 M&A 완주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상황은 어렵지만 업계에선 추후 보험사들과 인수자 사이에 합의점이 빠르게 도출되면 인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M&A에 대한 입장이 분명한 만큼 협의만 빠르게 이뤄지면 인수합병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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