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상식' 외친 尹, 취임 950일만에 탄핵…盧처럼 복귀하나 朴처럼 파면되나
노무현·박근혜 이어 헌정사상 세번째 대통령 탄핵안 가결 찬성 204표·반대 85표…국민의힘 내 '소신표' 결정적 역할 대통령 권한 '박탈'·신분 '유지'…헌재 180일 이내 파면 결정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10일 취임한 지 950일 만에 헌정사상 세 번째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이 됐다. 재임 후 '불통과 독선'의 국정운영을 고집하고, 취임 초부터 끊임없이 불거졌던 김건희 여사에 대한 리스크를 제대로 풀지 못한 풀어내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참여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 6당과 무소속 등 191명이 발의에 참여한 것으로, 전날 오후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은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불참으로 무산된 1차 탄핵안 이후 추가·보완된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이달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이 실체적, 절차적 모든 측면에서 위헌·위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향후 탄핵 심판 때의 공방을 고려한 듯 윤 대통령과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 등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준비·계획한 정황을 자세히 기술했다.
탄핵안 가결에는 국민의힘 '이탈 표'가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192명(민주당 170명·조국혁신당 12명·개혁신당 3명·진보당 3명·기본소득당 1명·사회민주당 1명·무소속 2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행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가결에 이르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권의 고민은 표결 막판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차 탄핵안에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내란 공범자'로 적시된 상황 속, 자칫 당이 내란에 동조했다는 프레임이 씌워질 경우 정당이 해산될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6시간여에 걸친 의원총회 결과 '표결에는 참석하되, 탄핵에는 반대'라는 기존 당론을 유지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을 공개적으로 찬성하겠다고 밝힌 7명의 의원에 '소신표'가 더해지면서 탄핵안 가결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 尹, 군통수권 등 대통령 권한 '박탈' 신분은 '유지'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윤 대통령의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게 됐다. 윤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가 정지되는 시점은 대통령실이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순간부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의결 즉시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송달하고, 그 등본을 헌법재판소와 피소추자인 윤 대통령에게 송달해야 한다. 대통령실의 탄핵소추의결서 접수는 늦어도 이날 저녁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소추의결서가 윤 대통령에게 송달되면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은 정지된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윤 대통령의 신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길게는 6개월(180일) 동안 관저에서 지낼 수 있다. 관용차와 전용기 이용을 비롯해 경호 등 대통령에게 따르는 각종 의전상의 예우도 받을 수 있다. 월급도 받지만, 업무추진비는 제외된다.
앞으로 국정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된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가진 △국군통수권 △조약체결비준권 △외교사절 접수권 △공무원 임면권 △헌법 개정안 발의·공포권 △법률안 거부권 △행정입법권 △사면·감형·복권 권한 등을 위임받는다.
대통령실의 대통령 비서실 조직도 한 권한대행에게 귀속된다. 대통령 비서실은 윤 대통령의 탄핵과 별개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포함한 모든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만큼, 한 권한대행에게 내치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영역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비공식으로 보고를 받을 순 있지만, 범위가 공무상 비밀을 제외한 내용으로 한정된다.
다만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진 미지수다. 한 총리가 '12·3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만큼,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 데다 관련 수사의 피의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한 총리를 '내란 공범'으로 규정하고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헌법 65조에 따르면 국무총리의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의 3분의1 이상(100명)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된다.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면 다음 순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최 부총리도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나, 계엄을 가장 반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尹대통령…헌재 판단따라 복귀·파면 결정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은 짧게는 2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법은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탄핵심판절차에 착수하면 증거조사를 위한 당사자와 증인 신문, 증거자료의 제출·보관, 사실조회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은 진행된다. 앞서 탄핵 심판을 받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판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헌재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지만,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심리 기간은 이보다 짧을 것으로 보인다. 의결부터 선고까지 노 전 대통령은 63일, 박 전 대통령은 91일이 소요됐다.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처럼 복귀할 수도, 박 전 대통령처럼 파면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총선은 앞두고 특정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발언이 문제 돼 선거법 위반으로 탄핵당했다. 하지만 헌재는 위법행위가 있었지만, 파면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반대로 2016년 12월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 등을 이유로 탄핵당했다.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업무인 국민 생명권 보호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헌재는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결로 탄핵을 인용했고,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약 두 달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변수는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국회 추천 몫인 재판관 3명이 공석이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위헌 및 탄핵 결정,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지난달 14일 헌재가 재판소의 기능 마비를 막기 위해 헌재법 23조 1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헌법소원 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이에 헌재 재판관 6명이 모두 동의하면 윤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이뤄졌을 때도 헌재소장이 없는 상태에서 권한대행 체제로 8명의 재판관이 결론을 내렸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대한민국 76년 헌정사상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거나 유고 상황이 발생한 적은 4·19 혁명, 5·16군사정변, 12·12 사태, 노 전 대통령 사태와 박 전 대통령 사태를 포함해 6번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