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 찬바람 거리서 '물적분할 반대'…정치권도 제도적 장치 마련 만지작
한투연, 한국거래소서 규탄 집회…SK이노·LG화학·포스코 등 주주 참여
"주주 권익 소외됐다" 한 목소리…"분할엔 여러 방법 있다, 고려해주길"
이재명·이용우 "상법·자본시장법 개정해야…합리적 보호, 공정경쟁 강조"
2023-01-06 정우교 기자
6일 한투연은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사 물적분할 반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SK이노베이션, LG화학, CJ ENM, 포스코 등 여러 기업 주주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업 물적분할(기업이 일부 사업부를 분리해 100% 자회사를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통상적으로 물적분할은 알짜배기 사업부가 대상이 되는데, 신설법인이 상장하면서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모회사 주주들의 권리도 외면하고 있다는게 비판의 초점이다.
집회에 참석한 한 기업의 주주는 "기업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주요 사업부문을 떼어네 상장한다는 것은 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분할에는 물적분할 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의 주주는 "주식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이 기업은 어느 회사보다 튼튼하고 가치 대비 저평가로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투자를 해왔다"며 "그러나 이 기업은 임시 주주종회 전 벌써 물적분할이 성사된 것처럼 조직개편을 시작하고 있고 자회사도 새로운 건물에 입주하고 있지만, 주주들에게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기업은 저를 포함해 10년 이상 투자한 장기 투자자들이 많다"며 "그동안 주가 하락에도 인내심을 갖고 버텨왔으나 이번 물적분할은 참을 수 없다는 의견을 계속되고 있다"며 추가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을 시사했다.
물적분할에 대한 소액주주의 불만이 연일 거세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개선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이미 이재명, 윤석열 대선후보들이 관련 정책을 내놓는가 하면, 국회에서도 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에서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 소속)이 '자회사 물적분할 동시 상장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용우 의원은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은 금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일종의 자금 조달 방법 중 하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모든 주주를 똑같이 대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서, 그 결과 소액주주의 피해가 늘고 주주들이 국내 시장을 떠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상법·자본시장법의 개정 또는 상장회사법 특례법의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해외 주요국은 물론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저평가 받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상장 문제도 마찬가지다"라며 "물적분할을 통해 대주주는 지배력과 이익이 높아지겠지만 소액주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대한 합리적인 보호를 통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며 "소액주주도 안심하고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