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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최저치…엔화 추락에 '날개' 없다

100엔당 980원대…미·일 금리 차, 러-우크라 전쟁 등 여파

2022-04-12     정우교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최근 엔화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그간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자산 중 하나였으나 근래 미국과의 금리 차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 요인들로 3년여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1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오후 3시 30분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84.86원이다. 이는 전일 마감가 대비 4.62원(0.47%) 낮아진 수준이다.

엔화는 올해 1~2월 100엔당 1030~1050원 수준을 등락했다. 그러다 지난달 말부터 급락세를 보이며 아예 1000원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 8일에는 최근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인 980원에 머물렀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외환 시장에 따르면 엔화는 1달러 당 124.29엔을 기록했다. 이는 5년 내 최고 수준으로 지난 8일 124.40엔까지 치솟았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엔화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그동안 글로벌 경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서도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일 국채금리 차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유가 상승 등으로 과거와 전혀 다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의 차이가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먼저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했으며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를 3%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일각의 '매파적' 주장도 나왔다. 

반면, 일본은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거나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는 등 기존 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일본 국채금리는 미국보다 제한적으로 상승하면서 미국-일본 간 금리 차이가 더 커졌고, 곧 엔화의 약세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현재 양국 간 10년물 국채금리 차이는 2.5% 수준까지 커졌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무역적자도 엔화 약세에 한몫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8월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경상수지도 지난해 12월부터 적자로 전환됐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했고, 양국 간 전쟁으로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일본은 주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는 미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미-일 금리차 확대가 주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경상수지 적자 흐름 등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내 엔화 매도, 달러 매수 움직임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의 경제는 최근 에너지·석유 가격 상승 여파로 무역 적자가 개선되고 있지 않다"면서 "기초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결국 통화인 '엔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 차이가 계속 유지되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엔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