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금융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의 보함상품 취급 방안 및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통해 빅테크·핀테크의 보험중개와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까지 허용했다. 보험사와 보험대리점(GA) 업계는 빅테크에 대한 경계에 나서고 있지만, 보험사와 빅테크의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상품 중개업 시범운영’ 방안을 심의하고 ‘온라인 플랫폼의 보함상품 취급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가로막힌 핀테크 플랫폼의 보험중개에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종신·변액·외화보험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보장성 상품은 제외하기로 했다. 또 빅테크를 비롯한 대형플랫폼에 대해서는 특정 회사와의 제휴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카슈랑스와 동일한 룰을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인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핀테크 플랫폼의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달 중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서를 신청받고, 다음달 심사를 거쳐 이르면 10월 사업자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혁신금융서비스란 혁신적인 서비스에 대해선 금융법상 인허가나 영업행위 등의 규제를 최대 4년 동안 적용유예·면제해주는 제도다.
현재 핀테크 업계의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는 ‘휴업’ 상태다. 금소법 위반 소지를 해소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핀테크 업계는 지난해 9월 이후 자체 금융상품 추천·비교 서비스에서 보험상품을 모두 내린 상황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계의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중개' 행위로 규정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중개를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보험업법 시행령상 플랫폼 업체들은 보험상품의 중개업자 등록이 불가능하다.
온라인 플랫폼의 보함상품 취급 방안 발표 및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통해 빅테크의 보험중개와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까지 허용되면서 보험업계와 본격적인 경쟁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보험업계는 빅테크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금융위의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 하루 전날인 22일 생명·손해보험 12개사 대표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만나 간담회를 열고 보험업계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보험업계는 자회사 업종확대 등 금산분리 완화 관련 정책적 지원 및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체계 마련 등을 건의했다.
보험사보다 더 절실한 것은 보험설계사들로 구성된 GA였다. 같은 날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GA업계, 보험영업인노조연대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대리점업 진출 허용에 강하게 반발했다.
GA업계는 금융당국의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대리점업 허용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고,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의 취지에도 역행할 우려가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대리점 허용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영세 보험영업인의 골목상권 침해와 보험시장 잠식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보험업계의 우려를 이미 인지하고, 이를 해소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이다. 금융위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거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우려에 대한 다양한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며 “플랫폼 업무 범위를 적절하게 제한하고 그 외 불공정 행위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보완 장치를 적용할 계획이며, 보험사에 일반적인 거래조건보다 불리한 거래조건 요구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그 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비대면 영업 특성상 기존 채널 대비 중개 비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상품별 특성을 고려해 수수료 상한을 제한하거나 수수료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등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설계사뿐만 아니라 보험업계, 보험대리점업계, 핀테크 업계 모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진을 먼저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소비자 편익 우선 원칙에 따라 보험대리점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플랫폼과 기존 채널이 조화롭게 경쟁해 나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고, 플랫폼은 비교·추천만 할뿐 기존 모집 채널은 상품 판매 역할을 지속해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플랫폼을 통해 금융상품 가입 시 소비자 피해 보상은 중개 과정에서 플랫폼의 고의·과실로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원칙적으로 중개업자인 플랫폼 업체가 배상책임을 진다”며 “다만 소비자는 금소법에 따라 플랫폼 업체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