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보생명 이어 농협생명에도 승소...대법원서 ‘고의사고’ 무죄 판결

지난 2014년 수사진이 ‘보험금 95억’ 만삭 아내 사망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모습/제공=연합뉴스
지난 2014년 수사진이 ‘보험금 95억’ 만삭 아내 사망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모습/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캄보디아 출신 만삭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보험금을 노린 ‘고의 사고’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무죄 판결을 받은 남편 이 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연이어 승소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9단독 김선희 부장판사는 23일 이 씨가 NH농협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이씨에게 3400여만원을, 원고의 자녀에게는 2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지난 2014년 8월 23일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스타렉스 승합차를 몰고 가던 중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동승했던 캄보디아 출신 임신 7개월의 당시 24세의 아내가 숨졌다.

이씨는 2008~2014년까지 아내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 25건을 가입했다. 보험금 원금만 95억원, 지연이자를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다. 사고 후 검찰은 이씨를 살인·보험금 청구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1심 무죄, 2심 살인혐의 유죄에 따른 무기징역을 선고됐으나, 대법원에서 살인혐의 무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이 씨는 살인 무죄와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금고 2년을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범행동기가 선명하지 못하다”며 살인·사기 등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올해 3월 금고 2년을 확정했다.

이후 이 씨는 2016년 8월 삼성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과 올해 6월 각각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반면 미래에셋생명과 라이나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는 패소했으며, 이씨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보험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의 핵심은 피보험자인 이씨의 아내가 보험 내용을 이해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췄는지였다. 피보험자가 자신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서면 동의를 한 것이라면 보험이 무효로 간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보험금 소송을 심리한 재판부는 이씨의 아내가 보험계약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는 이씨의 아내가 한국어를 잘 알아들었다고 한 보험모집인의 증언과 그가 꾸준히 한국어 공부를 했던 점 등을 근거로 “보험계약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보험계약 청약서에 자필로 서명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 보험금 소송을 심리한 민사36부는 “이씨의 아내가 계약서에 자필로 서명한 점은 인정하지만, 한국어 실력을 고려했을 때 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려워 서면 동의에 흠결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아내 임신중절 수술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와 그를 피보험자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설계사들의 진술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산부인과 의사는 이씨의 아내와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이씨와 상담했다고 진술했으며, 보험설계사 역시 당시 이씨의 아내가 한국어를 잘 못했으며 이씨가 서명하라는 말에 따라서 서명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제출한 아내의 한국어 연습 노트를 보더라도 간단한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한국어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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