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하이투자증권...고연차·고연령 희망퇴직에 노조 '반강제 구조조정' 발끈
8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대상은 정규직 40% 수준 고직급 줄이고 계약직 확대...인건비 부담 확대 노조 "찍퇴 구조조정" vs 사측 "자율적 희망퇴직"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이기정 기자] 하이투자증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노조는 경영진이 노사간 협약을 깨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며 발끈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이날부터 8일까지 고직급·고연령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대상은 1967년생(56세) 이상이거나 근속연수 20년 이상, 2급 부장급(최소 18년차 이상)이다. 세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될 경우 대상이 된다. 희망퇴직금은 정년까지 남은 근속연수 60%에 대해 지급한다.
하이투자증권은 퇴직금과는 별도로 1000만~5000만원을 별도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희망퇴직자가 희망하면 전문영업직으로 재취업이 가능하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해 인력구조 효율화를 위한 조치다"라고 밝혔다.
◇ 고연봉 늘어나는데 계약직 확충...인건비 부담 확대
하이투자증권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배경은 내년 업황 불황이 예견된 상황에서, 직원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의 임직원 규모는 2019년 813명에서 2020년 836명, 2021년 858명으로 꾸준하게 증가했다. 특히, 올해 3분기 기준 임직원은 926명으로 전년 대비 약 8% 증가했다.
정규직은 줄고 계약직은 늘어났다.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정규직은 566명에서 539명으로 약 5%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원은 50%나 늘어났다. 특히, 비정규직원 규모는 지난해 285명에서 올해 2분기 338명으로 18.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 급여도 꾸준하게 증가했다. 2019년 1285억원이었던 급여는 2020년 1632억원, 2021년 1910억원으로 늘었다. 또 올해 3분기 기준으로도 이미 1340억원을 급여로 집행했다.
이같은 변화는 하이투자증권의 임금 구조 및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의 경영전략과 관련이 깊다.
먼저 하이투자증권은 임금피크제(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보장)를 도입하지 않고 있어 상대적으로 고연차·고연령 직원들의 임금 지급 부담이 크다.
실제 하이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기준 임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1년,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2300만원으로 다른 증권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업계 1·2위를 달리는 미래에셋증과 한국투자증권의 올 상반기 기준 평균 급여액은 각각 9100만, 1억2100만원으로 하이투자증권보다 적다.
이 가운데, 홍 대표 취임 후 하이투자증권은 IB(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해왔고, 이를 위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중심으로 계약직들을 다수 충원했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도 높은 수준인데, 신규 계약직 채용까지 늘어난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올라갈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급여 부담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하이투자증권은 임금피크제도 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들 대비 부담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 노조 "찍퇴 구조조정" vs 사측 "강요없는 희망퇴직"
사측은 인력 효율화를 위해 진행하는 자발적 희망퇴직이라고 밝혔지만, 노조는 경영진이 앞선 노사간 협의를 무시하고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8년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향후 5년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희망퇴직 과정에서는 사측이 노조와 협의를 통해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당시 희망퇴직 대상은 1962년생부터 1966년에 해당하는 50대 중반 이상의 직원으로, 노조는 희망퇴직을 바라는 직원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합의했다.
다만 노조는 올해 희망퇴직이 지난해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다. 희망퇴직 대상자가 전체 정규직 규모의 40%에 달하며, 일부 40대 직원들까지 해당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설립된 디지털케어팀과 관련해 노사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비대면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디지털케어팀을 신설했는데, 노조는 이 사업부가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희망퇴직 과정에서 저성과자 등이 퇴직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이들을 디지털케어팀으로 보내 이른바 '찍퇴(찍어 퇴직)'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디지털케어팀에는 10여명의 인력이 배치됐는데, 이들 가운데 희망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정상적인 희망퇴직은 노사간 협의를 진행한 후에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며 "이번 희망퇴직은 사측의 일방적인 강행으로, 노조는 현재 대구 지사 앞에 투쟁 준비를 완료했고 총력을 다해 희망퇴직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희망퇴직과는 별개로 하이투자증권이 IB의 인력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동안 부동산PF 중심의 IB 호황에 규모를 크게 늘려왔지만, 내년 신규딜 감소 등 영향으로 지금까지 확대된 IB 인력을 유지하기에 부담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계약직 중심으로 인원 감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말 그래도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노사 협의를 어겼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이번 희망퇴직 과정에서도 사전에 노조와 협의를 위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계약직과 관련해서는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며 "영업 계약직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자연 퇴사와 신규 채용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을 줄이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