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법인 매각, 희망퇴직...계약직 감원 이어질 듯
실적 나쁘지 않은데..."내년 불황 대비 선제 대응"

사진=다올투자증권
사진=다올투자증권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다올투자증권이 내년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긴축에 돌입했다. 자산매각으로 유동성 확보를 꾀하는 한편, 희망퇴직과 계약직 감원 등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앞서 태국법인 '다올 타일랜드'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이날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은 신입사원을 제외하고 진행된다. 입사 1년 미만은 월급여 6개월분, 1년 이상∼3년 미만은 9개월분, 3년 이상∼5년 이하는 12개월분, 5년 초과는 13∼18개월분을 보상한다.

희망퇴직과 함께 계약직 직원들도 상당수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발 사태 영향으로 타격을 받은 IB(기업금융) 부서의 감원이 예상된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은 IB 내 계약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약 갱신을 위한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일부 계약직들이 계약 연장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 규모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증권사 IB 계약직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대신, 계약시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수익을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계약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 일부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계약 연장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실제 이달초 채권팀 6명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모든 계약직들이 계약조건을 지키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해 3분기까지 다올투자증권의 IB 사업부는 다른 증권사들 대비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까지 별도기준 누적 수수료 수익은 1987억원으로 전년 동기 1548억원 대비 28.4% 증가했다. 분기별로 봐도 수수료 수익은 1분기 713억원(전년 동기 대비 32.5%), 2분기 758억원(41.2%), 3분기 516억원(9%)으로 선전했다. 

이에 영업이익도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571억원(전년 동기 대비 13.35%), 261억원(16.76%)을 기록했다. 다만 금리인상에 따른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며 올해 3분기 4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다올투자증권은 긴축에 나선 배경에 대해 향후 IB 시장 위축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불투명한 시장 환경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익을 내기 힘든 부서를 유지하기에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도 IB 시장의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신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딜은 이미 전무하고,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라 새로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고정비를 줄여 업계 불황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다올투자증권의 판관비는 지난 2019년 1100억원에서 2020년 1260억원, 2021년 1613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기간 직원 급여도 690억원, 831억원, 107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1419억원의 판관비와 943억원의 급여를 집행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계약 조건만을 고려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본인의 선택, 회사의 사정, 계약 내용 등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B 호황에 많은 인력들이 증권사에 몰렸다"며 "이들은 철저하게 개인의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에는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다올투자증권의 계약직 비중은 62%로 업계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중소형증권사 중에서는 부국증권이 68%로 가장 높고, 한양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50%대 초반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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