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통' 한용구·'재무통' 이승열…신한·하나 똑같이 세대교체·조직안정에 방점
신한은 내부승진·하나는 첫 외환 출신 행장선임에 업계 '주목' 3분기 대손충당금 적립률 상승 등 경제위기 대응 적임자 분석 권준학 농협은행장 거취 도관심…"23일까지 후보 인선 마쳐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임기가 끝난 은행장들이 잇따라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인사가 주목받고 있다.
신한은 영업전문가, 하나는 재무전문가를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하며 앞으로 다른 분야에 주력할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50대 CEO'로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도, 조직의 안정을 꾀했다는 점에서 맥이 같다는 평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최근 은행장을 신규 추천했다. 새 신한은행장에는 한용구 현 신한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이 낙점됐다.
한용구 부행장은 1966년생으로 신한은행 △장암지점장 △청주터미널지점장 △퇴직연금사업부장 등을 거친 '영업통'이다. 신한금융지주에선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에선 부사장 등을 맡았다.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그간의 영업성과에 주목하면서, 한 부행장이 그룹, 증권 등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또 한 부행장은 은행장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 중 가장 젊은 나이(만 56세)로 신한금융은 이번 인사로 세대교체를 통해 '진옥동 체제'에도 힘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시에 조용병 전 은행장, 위성호 등 전 은행장, 진옥동 현 은행장과 달리 내부승진을 했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2015년 신한은행장 취임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했고, 위성호 현 흥국생명 부회장도 신한카드 대표를 거쳐 2017년 신한은행장에 오른 바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후보(현 신한은행장)는 2017~2018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지냈다. 한 내정자가 부행장에서 은행장으로 직행한 것을 두고 경제 위기 속 내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신한금융이 카드, 증권, 보험 등 주요 계열사 CEO 인사를 내부승진에 방점을 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은행장 인사를 단행한 하나금융도 안정을 지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하나은행장으로 추천된 이승열 하나생명 사장은 1963년생으로 외환은행에서 △신탁부 △종합기획부 △리스크관리부 △재무기획부 △IR팀 △재무기획부 △전략기획부 △경영기획부 등을 거치면서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은행에선 주로 경영기획그룹장을 지내며 리스크관리에 주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승열 내정자에 대해 "구성원들과 소통하면서 조직을 이끌어 나가고 투자자, 고객 등과의 관계도 원만히 형성해 나갈 것이다"라며 소통 능력을 강조했다.
특히 이 내정자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이후 첫 외환은행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함영주, 지성규, 박성호 등 이전 은행장들은 모두 하나은행 출신이었다.
두 은행 모두 '50대 은행장'으로 세대교체를 했지만, 타 계열사 인물을 등용하는 '깜짝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것은 현 상황에선 경제위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한은행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95.86%로 지난해 말 163.10%에 비해 늘었다. 또 하나은행도 163.94%에서 207.27%로 증가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오르면서, 은행도 발생 가능한 부실여신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은행(국민, 우리)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의 3분기 적립률은 252.17%, 270.99%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26.87%포인트, 65.49%포인트 상승했다.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경제 등 공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 아래, 은행들은 외형의 확대와 재무 건전성, 조직 안전성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은행장 인사에선 이같은 고민들을 엿볼 수 밖에 없다.
한편, 업계의 시선은 새 은행장 추천이 끝나지 않은 농협은행, 기업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연말로 임기가 끝나는 권준학 농협은행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최종 후보 인선을 23일까지는 완료해야 한다"라며 "현재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