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통령실과 '난기류'에도 與지지층 당대표 적합도 1위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서 '당심' 1위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저출산 대책을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가장 적합한 차기 당대표로 꼽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20명에게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구를 지지하는냐'고 물은 결과 유승민 전 의원이 33.9%로 가장 높았다. 나 부위원장은 15.0%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 11.4%, 김기현 의원 8.8%, 황교안 전 대표 3.5%, 윤상현 의원 1.7%, 조경태 의원 1.6% 순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순위가 뒤바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당원 투표 100%’와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 차기 당 대표를 뽑기로 했다.
조사 대상자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한 경우 나 부위원장의 지지율이 30.7%로 가장 높았다. 2위는 18.8%를 기록한 김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김 의원의 지지율은 초기에 5%를 밑돌았으나,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연초 여론조사에서 15% 전후를 기록했다. 김 의원에 이어 유 전 의원 14.6%, 안철수 의원 13.9%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 응답자 중에서는 25.5%가 나 부위원장을, 22.2%가 유 전 의원을 뽑았다. 이어 김기현 의원(13.8%), 안철수 의원(12.8%)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나 부위원장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저출산 대책을 두고 대통령실과 난기류를 형성한 뒤에 이뤄졌다. 당시 나 부위원장은 출산 시 부모의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실망스럽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 등의 표현을 써가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나 부위원장은 9일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과 만난 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과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 속에 나 부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사실상 ‘윤심’과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나 부위원장은 출마해도, 하지 않아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어느 쪽이 본인에게 더 미래지향적일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을) 저출산고령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로 임명한 것은 사실상 (당대표) 출마하지 말라는 뜻이 내포돼 있었을 텐데, 이 자리를 고사하지 않고 받아들인 나 부위원장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위기가 김 의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윤심이)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딱히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당원들은 결국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당을 확장해줄 인물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유선 전화(11.0%), 무선 전화 자동응답(ARS)(89.0%) 방식을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3.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