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피눈물 쏟는 '파라텍 물적분할'...매출비중 65% 설비부문 떼어내자 반발
2월 16일 임시주총 앞두고 소액주주들 시위 등 강경 대응 파라텍 "재상장·매각 계획 없다...주주들과 소통 이어갈 것"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스프링클러 등 소방제품 전문 코스닥 업체 파라텍이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파라텍 진성소액주주 연대모임은 1일 여의도에 위치한 파라텍 서울사무소 앞에서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소액주주모임에서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이유는 물적분할로 기업가치 하락과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모임은 이달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물적분할 반대 위임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에 앞서 파라텍은 지난해 12월 30일 설비부문을 물적분할 한다고 공시했다. 파라텍은 소방설비를 제조하는 제조부문과 소방설비를 활용해 시공하는 설비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설비부문은 분할 후 비상장법인인 '휴림엔지니어링'으로 신설되며, 제조부문은 존속법인으로 남는다.
파라텍 설비부문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5.4%다. 지난 2021년 기준 설비부문 매출은 422억원으로 매출 비중이 37%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매출 비중은 크게 확대됐다. 파라텍은 설비부문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조부문에 회사의 정체성이 있다는 판단에 설비부문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소액주주모임은 분할된 휴림엔지니어링의 매각이나 상장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주요 사업인 설비부문이 떨어져나가게 되면 파라텍에는 사실상 '빈 껍데기'만 남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파라텍에서 "분할신설회사의 비상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주주들은 파라텍 경영진이 현재는 계획이 없더라도, 향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기업의 물적분할은 재상장이나 매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이 2020년 9월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이 1년 4개월여 후인 지난해 1월 상장했다. 또 해태제과의 경우 2020년 1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후, 같은해 3월 빙그레에 매각했다. LG유플러스도 2019년 물적분할한 전자결제(PG) 사업부를 토스에 매각한 바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에 기존 주주들의 피해를 커지자 금융당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를 도입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들이 물적분할 등 결의사항에 반대한다면 보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매수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는 권리다. 매수가격은 주주와 회사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지만, 만약 협의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이사회 결의일 전일부터 과거 2개월전, 1개월전, 과거 1주일간 각각 가중평균한 가격을 산술평균한 수치로 정한다.
파라텍은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으로 874원을 제시했다. 주주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조정에 나선다면, 매각가격은 약 800~900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파라텍의 주가가 최근까지 급격하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실제 이달 1일 종가 기준 파라텍의 주가는 810원으로 지난 2021년 1월 8일 고점 6820원 대비 약 88% 떨어진 상태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소액주주모임은 파라텍의 경영진이 잇따른 주가 하락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지난해 7월 파라텍은 주주배정이 아닌,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한 차례 주주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은 바 있다. 당시 파라텍 주가는 유상증자 소식에 23% 급락했다.
파라텍 A 주주는 "경영진이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와 물적분할 등 주식 가치를 하락시키는 결정을 이어가면서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아울러 이같은 결정들이 주주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파라텍 측은 물적분할은 제조부문의 수익성 개선과 설비부문의 수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또한 경영상 자금 사용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파라텍 관계자는 "물적분할에 나서는 이유는 분야가 다른 사업부를 나눠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것으로, 매각이나 상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물적분할을 주주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주주들을 설득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풍산과 DB하이텍 등 물적분할을 계획하던 업체들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을 앞두고 이른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물적분할을 앞두고 부정적인 이슈 등으로 주가가 미리 하락한다면, 경영진에게는 오히려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다시 반등할 때까지 물적분할을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