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회장 국감 증인 출석 등 전방위적 압박 커
금융위 ‘꼼수’ 물적분할 막는 제도 개선 추진 중

DB하이텍과 풍산의 소액주주 연대 모임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지방법원 앞에서 물적분할 반대를 외치고 있다.(사진=풍산 소액주주 연대모임)
DB하이텍과 풍산의 소액주주 연대 모임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지방법원 앞에서 물적분할 반대를 외치고 있다.(사진=풍산 소액주주 연대모임)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소액주주들의 거센 항의로 풍산도 결국 물적분할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DB하이텍도 소액주주 반발에 못 이겨 물적분할을 철회한 바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국내 기업의 무분별할 물적 분할에 대한 제도개선을 예고한 만큼, 예전과 달리 ‘꼼수’ 분할도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4일 이사회를 열어 그간 추진해온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풍산은 지난달 7일 방산사업부문(화약/화약원료)을 물적분할해 자회사인 ‘풍산디펜스’를 설립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풍산은 신설회사인 ‘풍산디펜스’의 상장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소액주주들의 불신을 잠재우긴 어려웠다.

결국 소액주주의 항의가 커지자 6일 풍산 류진 회장이 물적분할 문제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게 됐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은 "풍산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정부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풍산이 물적분할을 발표하면서 해당 정책을 피하려는 꼼수를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라며 "이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류진 풍산 회장을 신청했으나 이번 물적분할 철회 결정으로 증인신청을 철회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DB하이텍도 지난 7월 '파운드리 사업부'와 설계(팹리스)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로 물적분할을 계획했으나,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대했다. 급기야 지난 8월 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소액주주의 반발에 못 이겨, 지난달 26일 물적분할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금융당국의 물적 분할 제도 개선 전에 공동체 의식을 저버린 ‘꼼수’ 분할을 철회한 것은 옳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국내 기업들의 무분별할 물적분할을 막고 이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기업들이 물적분할 시 이를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이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기업들이 물적분할 시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자금 부담이 생겨, 쉽게 결정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도 연내 물적·인적 분할을 앞두고,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선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자동차·태양광소재 등 첨단소재 부문을 물적분할하고 갤러리아를 인적분할하기로 공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공개매수에 나선 상태다.

한편 풍산과 DB하이텍의 잇달은 물적분할 철회 발표로, 최근까지도 소액주주와 갈등 중인 알테오젠의 물적분할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알테오젠은 지난 2020년 모회사 파이프라인인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총 605억원을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이 알토스바이오로직스의 상장으로, 알테오젠에 대한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달 대전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는 소송을 취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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