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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터빈개발(상)] 수소 혼소·전소터빈, 두산에너빌리티 새 출구될까?

산업부도 올해 예산 첫 편성 지원...2027년 전소터빈 개발목표

2023-04-10     안희민 기자

두산에너빌리티는 서부발전이 운영하는 김포 열병합발전소에 국산 가스터빈을 설치해 상업 운전에 돌입한 후 의욕에 불타는 모습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소 혼소 비율을 점차 높여 2027년에 수소전소터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수소터빈 개발에 뛰어든 두산에너빌리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생산한 국산 가스터빈이 설치된 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 현장. 사진=서부발전 제공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희민 기자] 두산에너빌리티는 스마트모듈원자로(SMR)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지멘스와의 협력을 통해 풍력터빈을 개량하는 사업을 벌이면서 독자 개발한 가스터빈에 수소를 혼소하고 나아가 수소전소터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1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가스터빈에서 수소 혼소와 수소전소터빈 개발은 만만치 않은 작업으로, 연료인 가스(CH4)와 수소(H2)의 물적 특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가장 큰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GE가 2022년 발간한 'Hydrogen for power generation'에 따르면 수소의 화염속도는 초당 200~300cm로 가스보다 9~10배 빠르고, 가스는 4.4~17% 폭발하는데 수소는 4~75% 폭발한다. 발열량을 부피로 따지면 가스(35.8MJ/N㎥)가 수소(10.8MJ/N㎥)보다 크고, 무게로 따지면 수소(120MJ/kg)가 가스(50MJ/kg)보다 크다. 

수소의 화염속도가 높다는 말은 화염이 길을 따라가지 않고 역화(flash-back)되거나 화염의 안정성을 깨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폭발성이 강하면 그만큼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연소과정에서 가스터빈보다 수소전소터빈이 질소산화물(NOX)을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수소는 금속표면을 무르게하는 취성이 있기 때문에 발전기기의 표면을 가스만을 사용할 때와 다르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가스(CH4)와 수소(H2)의 연료 특성 비교. 표=GE(2022) hydrogen for power generation 

수소와 가스의 이러한 차이로 가스터빈의 수소 혼소나 수소전소터빈의 개발은 가스터빈의 국산화만큼이나 많은 기술적 난제 극복이 필요하다. 

산업부는 이에 따라 2023년 예산에 ‘발전용 가스터빈의 수소혼소 전환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을 새로 편성하고 전력기반기금을 활용해 37억75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사업은 2025년까지 계속되는데 사업에 성공하면 ▲발전용 수소터빈과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통한 기술 자립 ▲국내 발전산업 고용 창출 ▲중소중견기업의 역량을 배양해 90% 이상 국산화율을 달성하게 된다. 

무엇보다 산업부는 가스복합발전의 사용 연료를 수소와 가스 절반씩 섞어 쓸 경우(가스:수소=1:1) 전체 가스 발전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과 비교해 1061만톤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수소를 100% 연료로 사용할 경우 4959만톤을 저감할 수 있다.  

관련 예산이 통과되자 두산에너빌리티는 발 빠르게 움직여 수소터빈 국산화에 나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월 29일 분당두산타워에서 남부발전, E1, 강릉원주대, 서울대, 인천대, 인하대, 홍익대, 한울항공기계, 삼원이엔지와 ‘국산 수소터빈 기술개발과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10개 기관은 향후 ▲150MW(F급) 가스터빈 50% 수소 혼소 실증 국책과제 참여 ▲국내 기술 기반 수소 연소기 개발과 제작 ▲청정수소 생산과 공급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특히 남부발전은 실증 부지 제공과 운전, 두산에너빌리티는 연소기 개발, E1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 상용화를 통해 청정 수소 공급 방안을 모색한다. 

올해 1월 개최된 '국산 수소터빈 기술개발과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가스터빈을 개조해 수소 연소 기술을 적용하면 수소터빈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밝힌 기술적 난제는 풀어야할 필수 과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우선 자체 개발한 대형 가스터빈 S1(270MW), S2(380MW)를 대상으로 50% 수소 혼소와 수소 전소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2027년엔 380MW급 수소전소터빈을 개발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여기서 연소기(combustor)란 가스터빈에 설치된 부품으로 압축기를 나온 고압공기에 연료를 분사해 혼합하고 이것을 연소시켜 가열하는 내연식 가열장치다. 

해외에선 GE, 지멘스, 미쓰비씨, 베이커 휴즈가 수소 연소기 개발을 선도해왔고, 전신이 삼성종합화학인 한화임팩트도 해외에서 수소 연소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민 한전 전력연구원 무탄소발전연구실장에 따르면 GE, 지멘스, 미쓰비씨는 이미 30~50% 수소혼소가 가능한 연소기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GE는 수소 50% 혼소가 가능한 연소기 2.6e 모델, 지멘스는 30% 수소 혼소가 가능한 연소기 ULN 3.0모델, 미쓰비씨는 최신 J급 가스터빈 기종에 30% 혼소가 가능한 연소기를 개발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들 연소기가 수소 혼소 실현 단계에 있는데 반해 베이터 휴즈는 수소 전소가 가능한 5/12/16MW 용량의 NovlaLT 모델을 개발했고, 지멘스의 5~62MW 소·중형 가스터빈 기종의 수소 혼소율은 최대 6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한화임팩트의 경우 수소 혼소용 연소기 기술을 보유한 PSM을 인수한 바 있는데 이 회사의 FlameSheetTM 연소기를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실증해 수소 혼소 35%까지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해 각국의 발전용 터빈 선도기업들이 수소 혼소율을 높이거나 수소전소터빈 개발에 목메는 이유는 무탄소 내지 저탄소 전원이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을 실현하는데 요긴한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의 H2 기반 통합 제철소  그림=이상호, 이운제, 이영석, 김완호(2021)

일례로 철광석(FeO2)에서 철 환원제로 기존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하는 수소환원제철공법은 환원제 교체 과정에 사용하는 에너지도 CO2를 발생하면 안된다. 철을 녹이기 위해 기존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고로 대신,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로를 사용하는데 이때 무탄소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이용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전소터빈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그 중에서 토지 면적 대비 발전량이 많은 수소전소터빈이 주목받고 있다. 가령 포스코 포항제철소나 광양제철소 인근에 수소전소터빈 발전소를 설치해 철 생산 시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탄소중립 목표가 2050년까지 달성 수준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스터빈에 수소 혼소부터 시작해 수소 전소까지 수소 이용률을 점진적으로 높여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연구개발 방향과 일치한다.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각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가스터빈에서 수소 혼소와 수소전소터빈 개발도 그 중 한 부분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서 제작 중인 국산 가스터빈.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