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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정치 외풍 시달리는 한국에너지공대, 진짜 예산 먹는 하마일까?

연구시설과 학생 위한 예산 집행...교원과 학생 지망 ‘상위권’ 우수 연구소 유치하고 연구성과도 국제 수준

2023-05-12     안희민 기자
2022년 3월 2일 켄텍 제1회 입학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희민 기자] 한국에너지공대(총장 윤의준, 이하 켄텍)가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이 한국전력에 뼈깎는 자구노력을 요구하면서 켄텍에 대한 지원예산을 문제삼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11일 국회 산자위에 출석해 켄텍에 대한 출연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 

이 장관의 발언 근거는 표면상 한전의 경영난이 명분이지만, 국민의힘은 켄텍의 지출에 관한 언론보도를 근거로 ‘켄텍 지원=예산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켄텍은 예산 먹는 하마일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산업통상자원부 2023년 예산안 전력기금편을 보면 산업부가 켄텍에 출연하는 예산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250억 원이다. 산업부는 켄텍에 대한 출연 목적으로 ▲국가의 에너지 과학기술과 산업 생태계의 혁신을 주도할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국내외 및 산업계와의 교육·연구교류를 촉진해 국가과학기술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의 출연 금액은 동일했지만 내역이 조금 다르다.

2022년 기관고유사업비로 4개 사업에 142억8000만 원을 요구했는데 2023년엔 5개 사업에 181억200만 원을 요구했다. 세부항목은 학사사업비가 56억7000만 원→93억7400만 원으로 대폭 늘었다. 미래에너지기술기초연구사업은 4억 원→1억5800만원으로 줄었다. 글로벌에너지특화대학육성 예산은 62억1000만 원→72억2200만 원으로 소폭 늘었으며, 학술정보운영 예산은 20억 원→12억3100만 원으로 줄었다. 2023년 기관사업비엔 전년도에 없는 기관고유센터운영 예산이 새로 생겼는데 1억1700만 원을 배정했다. 이는 공용 인프라센터의 구축과 운영을 위한 것이다.

기관고유사업비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예산은 학사사업비인데 주로 학사지원금, 장학금 등 특화 교육과정 운영에 쓰인다. 즉, 재학생에게 돌아가는 몫으로 볼 수 있다. 켄텍은 재학생 1000명에 교원 100명을 배정해 학생:교수 비율을 10:1로 유지하고, 이와 별도로 학생 1명에 지도교수 3명을 배정해 학생의 전공과 대학생활, RC (Residential College) 도입으로 학생의 생활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학사사업비의 인상폭은 켄텍이 학생에게 쏟는 정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증표인 셈이다. 

켄텍이 학생에 쏟는 정성은 일반사업비에서도 나타난다. 2023년 일반사업비는 39억8900만 원으로 전년 92억9000만 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는데, 세부항목인 창업및사업화협력 예산은 오히려 1억9000만 원→5억2300만 원으로 늘었다. 또 2023년엔 전년도에 없던 SafeCampus 운영 예산이 세부항목으로 새로 첨부돼 3300만 원이 배정됐다. 이 또한 켄텍이 학생에게 쏟는 애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켄텍의 건학이념과 비전, 목표. 자료=산업부 제공

켄텍은 일반사업비를 줄였지만 대신 장비·시스템 구축비를 2022년 14억3000만 원에서 2023년 29억900만 원으로 두배 이상 늘렸다. 실제로 켄텍은 작년 9월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수소에너지연구소(FIP, Fraunhofer Innovation Platform)를 세계 최초로 유치했다. 

FIP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해외에 있는 대학이나 비영리 단체가 공동 운영하는 곳으로, 켄텍에 개소한 수소에너지 FIP는 그린 수소의 생산·저장·운송에 관한 원천 기술부터 최종 상용화까지 연구·개발하고 있다. 프라운호퍼가 수소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기관이다. 양 기관은 △연구소 규모의 설비 공동 구축 △상용화 검증을 위한 파일럿 규모 플랜트 구축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엔 공용장비센터를 개소했다. 켄텍 공용장비센터엔 세계 최고 수준의 구면수차보정 주사투과전자현미경를 갖췄다. 이 장비는 현존하는 현미경 중 세계최고 수준의 분해능과 고배율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켄텍의 현미경은 국내 최초 사례이고 세계에서도 3번째 꼽히는 선도적인 설치다.  

켄텍 공용장비센터는 X선 회절분석기, X선 광전자 분광기, 전계방사형 주사전자현미경 등 에너지 연구에 특화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분석장비 45종을 2027년까지 4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구비할 계획이다. 

켄텍의 우수한 장비는 실제 연구성과로도 이어졌다. 공용장비센터 개소전인 2022년 8월 극한 조건에 활용 가능한 고강도·고연성·고엔트로피 합금과 신소재 개발의 가능성을 개척한 오상호 교수 연구팀은 고분해능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사용해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에서 나노입자의 용출 메커니즘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원자단위로 계산해 연료전지와 수전해 장치에 응용하는 길을 텄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됐다.  

켄텍의 5대 연구 특화분야. 표=켄텍 제공

켄텍이 거둔 세계적인 연구는 이 뿐만이 아니다. 2022년 3월 2일 첫 입학식을 치룬 켄텍은 불과 1년 만에 ▲카메라 한대로 3차원 공간을 스스로 학습하는 AI 기술개발(이석주 교수) ▲연안부유식 그린 수소 생산 플랫폼 설계(황지현 교수) ▲스마트폰 앱으로 몰래카메라 탐지 기술 개발(노영태 교수) ▲지구온난화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에탄올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강영수 교수) ▲거미줄보다 강한 음의 포아송 비를 갖는 천연 나노복합체 발견(오상호 교수) ▲자기조립 단분자막 기반 무기 정공수송층 개발(이승진 교수) 등 실생활과 연결되면서도 상용개발 잠재력이 풍부한 세계 수준의 연구결과를 냈다. 

이들 성과는 켄텍이 설정한 5대 핵심분야 연구성과다. 켄텍의 5대 핵심분야는 △에너지AI △에너지신소재 △차세대그리드 △수소에너지 △환경·기후기술을 말한다. 켄텍은 5대 핵심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초강력 레이저 센터, 인공태양 공학연구소, 초전도 도체시험설비, 그린수소 저장과 운송 인프라, 고전력반도체센터 등 대형연구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 구축에도 힘 써 학생-교수가 함께 설계하는 교육과정인 GAPA와 인문학적 통찰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미네르바식 교육과정을 도입해 인기를 끌고 있다. 

켄텍의 2023년 입시 경쟁률은 수시 12.6대 1, 정시 60.3대 1로 전년에 이어 상위권 지원률을 기록했다.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목표와 비전이 잘 구현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켄텍 강의동으로 가는 길. 사진=산업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