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압박에 정승일 한전 사장 '백기'…한전 ”당혹”
25조 자구안 발표 전 임직원과 화상회의에서 표명 점심 시간 잊은채 입장문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희민 기자] 현 정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사퇴압력을 받아온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12일 한전에 따르면 정 사장은 25조원 자구안 발표와 임직원 결의대회를 겸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에 앞서 가진 임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측은 정 사장의 사의표명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오늘’일 줄 몰랐다는 분위기다.
한전 관계자는 “여권의 사의 압력이 워낙 강해 정승일 사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25조 원의 자구안을 밝힌 오늘 표명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만간 사의를 표명하는 입장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 사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해들은 또다른 한전 관계자는 “신문기사에서 막상 소식을 들으니 무어라고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권은 대놓고 정승일 사장의 사의를 요구해왔다. 러-우 전쟁에 따른 국제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연료비 상승, 한전 요구에 못미치는 전기요금 때문에 한전 적자가 심화됐지만 여권에선 한전 적자의 책임을 정승일 사장에게만 돌렸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8일 원내대책회에서 정 사장의 즉각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당시 “한전 사장은 위기를 극복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며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10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부 2차관을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공무원들이)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한전 직원들은 잇따른 여권의 공세에 불안과 우려, 아쉬움을 표했다. 한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잘해오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사장을 흔들면 회사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불안감이 든다”며 “정 사장이 사퇴하면 한전 입장에서 공백이 생긴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정 사장의 사의 표명이 수용돼 새로 사장을 뽑으려면 공모와 인선 절차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당분간 경영공백이 예상된다. 학계는 한전이 하루 1000억 원씩 회사채를 발행하며 손해를 감내하고 있다고 추산하는데, 신임 사장 선출까지 경영공백 기간동안 한전의 적자가 누적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