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원전 감발 없는 태양광 '덕 커브' 해결 방안은?...배터리주차타워·ADMS ‘주목’
마이크로그리드 적극 활용…전기차를 ESS 대신 사용
한전 ADMS 2025년 전지역 본부 설치 목표로 고도화 중
2024-06-05 안희민 기자
[세종=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늘어난 태양광발전으로 원전의 출력 감소(이하 원전 감발)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태양광과 원전의 공존 방안이 탐색되고 있다. 태양광발전은 재산권과 관련이 있어 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고,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하는 원전은 현 정부가 계속 운전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공존할 수 밖에 없다. 유력한 대안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전기차의 적극적인 활용이 모색되고 있다.
5일 한무경 의원(국민의힘)실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이 늘어나면서 올해 1~4월 총 23차례에 걸쳐 6만1435MWh의 원전 감발이 일어났다.
일각에선 붕소를 투입하는 등 물리화학적인 방법으로 진행하는 원전 감발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하고 태양광발전을 크게 확대한 전 정부를 탓하기도 한지만, 해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히다치, 한국의 한전은 국내외 실증사업을 통해 태양광발전과 기저부하의 충돌문제를 다룬 ‘덕 커브’ 문제 해소 방안을 연구해왔다.
‘덕 커브’란 석탄발전, LNG발전 등 기저발전의 발전량이 태양광발전에 의해 왜곡되는 현상을 시간대별로 그린 곡선이다.
태양광발전이 미미할 땐 기저발전의 발전량은 전력수요에 따라 좌우된다. 사람들이 잠에서 깨 출근하는 아침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곡선은 오후 1~2시 경 최고치를 이룬다. 이후 점차 줄다가 퇴근 후 집에서 가전기기를 작동할 때 잠시 상승했다가 떨어진다. 그런데 태양광발전이 늘어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전력수요를 태양광발전이 충당하며 태양광발전량만큼 기저부하 발전량이 줄게된다. 이를 보여주는 기저부하의 발전량 곡선이 '덕 커브'다.
석탄발전과 LNG발전의 경우 온오프 스위치만 작동하면 발전을 시작하거나 줄일 수 있지만 원전은 그렇지 않다. 원전은 한번 핵연료봉에 불을 붙이면 끌 수 없다. 붕소 등을 투입해 핵분열을 억제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해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히다치, 한국은 한전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일본 히다치는 2011년부터 미국령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실증 사업을 통해 태양광발전이 과다할 때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이용해 '덕 커브'를 줄여왔다.
즉, 주민들이 전기차를 이용해 출근하고 이를 재생에너지가 공급되는 주차장에 주차하면 한낮 태양광이 발전한 전기를 전기차에 충전한다. 주민들은 퇴근 시간에 충전된 전기차를 이용해 귀가하고, 전기차에 남은 전기는 취사용 인덕션, 냉난방기, 조명 등에 연결해 사용한다.
이와 유사한 기술을 한전도 구상했다. 한전 출신으로 제주에너지공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에 출강하며 ‘와트아이솔루션’을 지난달 설립해 운영 중인 황우현 교수가 한전 제주본부장 시절 구상한 ‘배터리 주차타워’가 그것이다.
황 교수는 제주본부장 당시 전기차 20대를 한꺼번에 충방전하는 설비를 실증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주차타워를 구상했다. 배터리 주차타워는 전기차 주차타워의 전력저장 기능을 강조한 말이다. 500대의 전기차가 주차할 수 있는 원통 형태의 주차타워엔 자동으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충전로봇이 설치돼 있다. 중심엔 수직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제주 바람으로 전기를 생성한다.
황 교수의 배터리 주차타워는 와트아이솔루션에서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실현될 경우 '덕 커브'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한 수단이 될 전망이다.
한전 스마트배전연구소가 개발한 ADMS(Advanced DMS)는 '덕 커브'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ICT 솔루션이다. ADMS는 송일근 (주)한국에너지솔루션 대표가 한전 전력연구원에 재직하던 시절 개발한 SDMS(Smart DMS)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ESS통합 전력제어수배전반이 핵심이다. DMS는 배전관리시스템의 영문 약칭이다.
한전 배전계획처 ADMS 담당 변경환 차장에 따르면 한전은 ADMS를 1차 개발 완료 후 2021년 충북본부에 우선 설치했고 2022년 전북본부, 광주전남본부, 제주본부에 추가로 설치했다. 내년까지 한전 15개 지역본부에 모두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전은 ADMS 고도화 사업을 병행해 ADMS가 자동으로 덕커브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량해 나갈 예정이다. ADMS엔 재생에너지 발전량 데이터 수집 기능과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기능이 탑재돼 있다. 또 재생에너지 예측기능을 탑재할 예정이지만 아직 자동으로 제어할 수 없다. 한전은 고도화 사업을 통해 자동제어를 실현해 덕커브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들 방안은 산업부가 추진 중인 서해안~수도권 HVDC 설비 설치 등과 맞물려 태양광발전 확대가 초래하는 '덕 커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추가 설치될 해상풍력발전에 의한 '덕 커브' 해결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