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불’ 원전은 전력비수기도 가동, 계통부담↑
‘비싼전기 수요증가’ 주목...분산에너지 확대 인정 필요

산업부가 봄철 경부하대책으로 태양광발전에 대한 출력제한을 예고했다. 그림=연합뉴스 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산업부가 봄철 경부하대책으로 태양광발전에 대한 출력제한을 예고했다. 그림=연합뉴스 제공(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산업부가 오는 봄철 경부하(전기소비가 적은 시간대) 대책으로 기대성능에 못미치는 태양광발전소를 출력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발전의 변동성이 전력계통에 부담된다며, 우선 양수발전, 수력, 바이오발전을 제한하고 이마저 안되면 원전 감발운전(출력을 떨어뜨리는 운전)도 불사하겠다고 설명했다. 

27일 데일리한국 취재에 따르면 산업부는 태양광 변동성을 전력계통 부담의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내달 4월 설계수명이 다하는 고리2호기(650MW급)의 수명연장 문제도 함께 논의했다면 균형있는 봄철 경부하대책이 됐을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태양광 변동성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 ‘덕 커브(Duck Curve)’다. 덕커브란 태양빛이 뜨거울 때 태양광 발전량의 급증으로 기저부하 발전량(석탄이나 원자력 발전 등)이 급격히 감소하는 모양이 마치 오리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석탄발전의 경우 생산 전력을 태양광발전으로 대체하면 전원을 끄면 된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은 발전량을 줄일 수 없어 문제다. 그래서 원자력계는 태양광 변동성을 꾸준히 문제삼아 왔다. 

태양광발전의 확대에 따라 생기는 기저발전의 덕커브. 한낮 태양광발전이 많을때 기저부하의 발전량은 줄게되고 일몰로 태양광발전이 꺼지는 저녁무렵 기저부하의 가동이 늘어난다. 사진=각종 자료 종합
태양광발전의 확대에 따라 생기는 기저발전의 덕커브. 한낮 태양광발전이 많을때 기저부하의 발전량은 줄게되고 일몰로 태양광발전이 꺼지는 저녁무렵 기저부하의 가동이 늘어난다. 사진=각종 자료 종합

산업부의 이번 대책은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을 영구정지하지 않고 수명연장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전의 수명 만료 연도는 ▲고리 2호기 23년 4월 ▲고리 3호기 24년 9월 ▲고리 4호기 25년 8월 ▲한빛 1호기 25년 12월 ▲한빛 2호기 26년 9월 ▲한울 1호기 27년 12월 ▲한울 2호기 28년 12월 ▲월성 2호기 2026년 11월 ▲월성3호기 27년 12월 ▲월성 4호기 29년 2월이다.

원전은 일단 운전을 시작하면 출력을 조정할 수 없는 경직성 전원이라는 특성이 있고, 동시에 최대 10만년 간 관리해야하는 사용후 핵연료가 발생한다. 2021년 12월에 발표한 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고준위 방폐장 마련에 최장 37년이 걸린다. 따라서 현 정부의 원전 운전계획은 정치지형이나 진영논리를 떠나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설비용량 650MW급인 고리 2호기가 4월 수명연장을 하지 않으면 3.25GW의 태양광발전이 이 전력량을 대체할 수 있다(원전가동률 80%, 태양광발전시간 3.84시간 기준). 태양광 변동성이 크다해도 전력계통 최대피크에서 고리2호기가 차지하는 피크부하가 빠지기 때문에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동시에 원전과 달리 온오프가 가능한 석탄발전, LNG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연료전지로 변동성을 충분히 보강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전력거래시장 밖의 태양광발전이 늘어나고 있으며, 동시에 수소발전입찰시장이 열리고, 연료전지도 10차 전력수급계획이 정한 양만큼 전력시장에 들어올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분산에너지 확산 추세를 출력제한과 인버터 교체 정도로 막을 수 있어 보이지 않는다. 

산업부는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태양광발전의 경우 전력시장 발전량보다 한전PPA로 거래되거나 자가발전(BTM)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림=산업부 제공
산업부는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태양광발전의 경우 전력시장 발전량보다 한전PPA로 거래되거나 자가발전(BTM)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림=산업부 제공

특히 2018년에서 2021년까지 태양광 자가발전의 설비용량이 1.6GW→3.9GW로 244% 증가했다는 사실은 에너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자가발전의 경우 남는 전기를 팔지 못해도 필요한 전기를 스스로 생산한다는 개념이 강하다.  

같은시기 전력시장에서 거래되는 태양광은 2.6GW→5.8GW로 223% 증가했고, 한전PPA(전력시장이 아닌 한전과 계약해 직접거래하는 전력)는 4.6GW→13GW 282% 늘었다. 이들은 수익성을 염두해 전량 거래되기 때문에 태양광 자가발전과 구분된다. 

과거엔 전기를 값싸게 공급받으면 그만이었는데, 최근에는 투자금 회수기간이 7~10년 걸리는 태양광에 전력수급을 위해 투자하는 현실은 ‘비싼 전기’도 구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이 자기돈으로 초기투자비용이 큰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비싼 전기를 생산해 쓰겠다는데 ‘태양광 변동성’을 이유로 막을 방법도 이유도 없다.  

태양광, 연료전지 등 분산에너지의 확산은 하나의 추세다. 태양광에 대한 계속된 규제와 연료전지의 초창기 미진한 지원정책으로 신규설치가 다소 줄어든다해도 분산에너지는 매년 신설되며 발전량은 고리2호기 설비용량(650MW) 이상일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이나 출력감발에 따른 안전문제를 초래하는 노후 원전의 경우 설계수명이 다하면 영구정지하는 방안을 재검토해 분산에너지 확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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