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배 불려주는 판타지오...CB 투자자 차익 챙길때 개미는 주주가치 훼손
5·6회차 CB 큰손 투자자 60억원 이상 차익 거둬 감자 및 신주 발행으로 주가 2년새 절반으로 줄어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남궁견 회장이 이끌고 있는 미래아이앤지그룹에 인수된 코스닥 상장사 판타지오의 소액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판타지오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신주 및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무상감자를 단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개미들의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이에 반해 CB에 투자한 일부 세력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 CB투자로 투자세력 수십억원 차익 챙겨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판타지오는 지난달 8일 90억원 규모의 6회차 CB 물량이 신주 전환돼 상장됐다. 신주 물량은 2173만9130주로, 신주 발행 전 기발행주식(9604만6164주)의 22.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로 인해 주가는 지난 5일 636원에서 8일 590원으로 7%가량 감소했으나, 16일 종가 기준 620원까지 회복했다.
반면 이번 6회차 CB의 주식 전환으로 일부 투기 세력들은 막대한 차익을 누렸다. 6회차 CB의 한주당 전환가액은 414원이다. 16일 종가(62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6회차CB 투자로 약 45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더아크홀딩스는 지난달 11일 판타지오에 주당 420원에 6회차 CB를 사들였다. 이후 전환청구권 행사일인 지난달 23일 메르턴투자조합 외 2인에 주당 420원에 1086만9565주를 매각했다. 이로 인해 더아크홀딩스와 메르턴투자조합 등은 각각 9억원과 26억원의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에도 100억원 규모의 5회차 CB 물량이 모두 전환되면서 투자세력들이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당시 5회차 CB 전환가액은 542원이었으며, 전환물량은 1845만184주였다. 신주 상장일인 8월 23일 기준 종가는 642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8억원의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주요투자자로 나선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의 아들인 원성준 씨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투자한 클락투자조합 외에도, 지난해 2월 5회차 CB물량 10억원을 추가 매입했다. 이후 조광벤처스의 지분 73만8007주를 4억원에 매각하고, 남은 주식을 신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클락투자조합을 통한 수익 외에도 약 1억원 이상 차익을 거둔 셈이다.
판타지오의 경우 아직 전환되지 않은 130억원 규모의 7회차 CB 물량도 남은 상황이다. 전환 청구기간은 오는 11월18일부터 2025년 10월18일이다. 한주당 전환가액은 518원이며, 전환물량은 2509만6525주다. 이는 현재 발행주식과 비교하면 21.3%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역시 모두 신주로 전환될 경우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가 있지만, 7회차 CB 투자자의 경우 주당 600원만 유지되더라도 2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 잦은 대규모 투자와 무상감자로 주가가치 ‘3분의1’로 전락
미래아이앤지그룹이 판타지오의 경영 정상화 명목으로 유상증자와 CB 발행 등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고 무상감자를 진행하면서 기존 소액주주들의 주가가치는 크게 훼손됐다. 반면 앞서 언급한 일부 투기세력만 큰 차익을 남기게 됐다.
미래아이앤지그룹은 지난 2021년 아티스트코스메틱을 통해 지앤씨파트너스의 지분 500만주(6.9%)를 106억원에 인수했다. 같은해 2월 미래아이앤지가 판타지오의 50억원 규모 유증에 참여했다. 이후 6월에는 25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증을 진행해 아티스트코스메틱과 미래아이앤지가 각각 16억원과 22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미래아이앤지그룹이 판타지오를 인수한 후 2022년 1월 10대1의 무상감자를 진행하고, 이후 3차례에 걸친 CB발행(320억원)과 3차례 걸친 유증(370억원)으로 기존 투자자의 주가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현재 주가로 환산 시 지난 2021년 4월 한때 판타지오의 주가는 1991원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주가는 600원 수준으로 3분의 1토막이 난 상황이다.
미래아이앤지그룹 역시 보통주 기준 미래아이앤지와 아티스트코스매틱이 투자한 금액(271억원) 대비 현재 주가 가치는 231억원으로 약 40억원 손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미래아앤지그룹의 계열사인 인콘과 박주훈 씨가 7회차CB 전량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감안할 경우 큰 손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판타지오 인수를 위해 자금을 제공한 투자자의 수익을 더하면 막대한 투자수익을 거둔 셈이다. 오는 11월 7회차 CB가 신주로 전환될 경우, 잠정적으로 20억원 이상의 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기존 투자자들은 CB전환에 따른 신주물량으로 주가 하락을 근심해야할 처지다. 특히 130억원 규모의 7회차 CB의 전환청구기간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오버행에 따른 추가 하락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