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총서 기업인수 목적 추가…신규이사 선임 통해 이사회도 장악
세종로봇·에스비엠 등 인수기업 차익 챙긴후 상장폐지·거래정지 겪어
골드퍼시픽·인콘 소액주주들도 퇴출 위기·주가하락으로 피해 우려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휴마시스가 최근 사업목적에 신사업 관련 M&A(기업 인수)를 추가하면서 본격적인 기업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바뀐 최대주주만 배불리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휴마시스는 지난 1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사업 관련해 사업목적을 일부 추가했다. 추가된 사항은 △건강 관련 제품의 개발·제조 및 판매 유통업 △연구개발을 위한 지적재산권 도입 및 투자사업 △위 사업과 관련된 국내외 회사 지분 인수 및 투자 △위 사업과 관련된 부대사업 일체 등이다.
사실상 건강 관련 사업 확장을 위해 타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현재 휴마시스의 유보금은 2022년말 연결 기준 3690억원이다. 지난 2년 전(453억원)과 비교해 8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이는 최근 2년간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로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해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걱정하는 시선도 크다. 현재 새 최대주주인 아티스트코스메틱은 지난달 열린 임시주총에서 신사업 투자를 위한 사업목적 변경을 추진했으나,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한차례 무산됐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새 대주주가 주주 환원 및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곳간(보유현금)에만 눈독 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새 대주주인 아티스트코스메틱의 정점에 위치한 남궁견 미래아이앤지 회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남궁 회장의 경우 미래아이앤지, 인콘 등 상장기업을 다수 인수한 M&A 전문가다. 하지만 기업 인수 이후 해당 기업이 상장폐지되거나 거래정지되는 등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투자피해를 안긴 바 있다.
◇ 감자·유증 등으로 인수기업 가치 전락 시켜
남궁 회장은 남산물산-미래아이앤지-아티스트코스메틱-판타지오-온누리프로덕션-엑스-미래아이앤지 등의 순환출자고리를 통해 여러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판타지오-온누리미디어-골드퍼시픽-인콘-아티스트코스메틱과 같은 작은 순환출자 고리를 하나 더 보유하고 있다. 최근 휴마시스 인수로 미래아이앤지-아티스트코스메틱-휴마시스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가지게 됐다.
하지만 남궁 회장의 뛰어난 M&A 실력과 달리, 그의 손을 거쳐간 기업들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남궁 회장이 초기에 인수한 세종로봇의 경우 매년 수십억원의 순손실을 겪는 기업이었다. 남궁 회장은 세종로봇이 적자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 480만주를 주당 94원에 매입했다. 당시 행가가액은 629원이었으며, 장내 2000~3000원대로 처분해 큰 투자수익을 남겼다.
이후 세종로봇을 2006년 인수하고, 자회사 인수를 빌미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1년 뒤 자신이 보유한 지분 모두를 90억원에 매각해 또다시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세종로봇은 이후에도 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2009년 상장폐지됐다.
이외에도 적자기업인 에이치원바이오, 디에이치패션, 에스비엠 등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도 감자와 유상증자 등을 거쳐 남궁 회장만 이익을 거둔 후, 상장폐지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소액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최근 인수한 기업들도 과거 인수한 기업의 행보를 답습하고 있다. 미래아이앤지는 지난 2021년 사모펀드를 통해 골드퍼시픽과 인콘 지분을 인수했다.
골드퍼시픽의 경우 한때 1주당 2500원대 이상 치솟았으나 최근 300원대로 전락했다. 이마저도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 9일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골드퍼시픽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 및 매출원가 등을 허위계상했다며 3억928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과태료도 48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이와 별개로 검찰은 ‘골드퍼시픽이 코로나19 치료제 결과를 부풀려 주가를 조작했다’며 현재 관련 인물들을 수사 중이다. 이로 인해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인콘의 주가도 한때 3000원대를 넘어섰으나 현재 800원대로 내려간 상황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겪고 있다.
◇ 휴마시스 막대한 유보금, 기업사냥 이용 우려
이러한 남궁 회장의 기업 운영 방식에 대해,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최대주주 변경 전부터 걱정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었다.
휴마시스 소액주주들은 아티스트코스메틱으로 최대주주 변경 전 차정학 전 대표이사 때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해왔다. 이들은 막대한 유보금을 배당금을 통해 주주들에게 일부 제공하거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무상증자 요구도 이러한 취지에서 나왔다.
이후 차 대표가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떠난 후, 새 대주주인 남궁 회장도 현금 배당을 고려하지 않은 경영 정책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로 인해 지난달 임시주총에서 사업목적 변경 안건이 부결됐다.
하지만 아티스트코스메틱 측에서 무상증자를 통한 ‘소액주주 달래기’에 나서며 원하던 사업목적 변경에 성공했다. 신규 이사도 미래아이앤지와 인콘 출신으로 채우며, 이사회도 장악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향후 3600억원이 넘는 현금 유보금은 새로운 기업의 인수자금으로 쓰일 확률이 높다. 새로 부임한 이사진의 경우 남궁 회장의 측근들이어서 이를 반대하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김성곤 대표이사의 경우 플레이그램(옛 엔케이물산)과 인콘의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남궁 회장의 최측근 중 한명이다. 앞서 선임된 김학수 전 대표이사도 현재 미래아앤지와 아티스코스메틱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현재 휴마시스의 경우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 저조로 적자기업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남은 현금 보유금마저 회사의 발전이 아닌 기업 인수자금으로 쓰인다면,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주주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셀트리온과 천억원대에 달하는 소송도 함께 진행되는 만큼 남궁 회장이 인수한 다른 기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히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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