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민의 에너지산책] 에너지공기업 중장기계획서 재생에너지 지울까?
“조정 후 국회에 제출”...일부 기업 방향성 고민 풍력 접은 서부발전 경평 A등급, 기재부의 신호?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희민 기자] 기재부와 산업부 산하 에너지공기업이 중장기 재무계획을 새로 수립한다. 업계는 에너지공기업이 중장기 재무계획을 다시 수립하면서 재생에너지보다 신에너지에 방점을 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에너지공기업은 8월말까지 중장기재무계획을 새로 수립해 기재부와 조정을 거쳐 국회에 제출하는 일정을 밟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8월 말까지 기재부와 중장기 재무계획을 협의, 조정 후 국회에 제출한다고 한다”며 “이는 산하 기관 공통으로 해당한다”고 밝혔다.
에너지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투자계획은 지난 4월10일 박일준 전 산업부2차관이 주재한 산업부 공공기관 혁신회의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은 이 회의를 주재한 후 한달만인 5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직후 옷을 벗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현 정부와 국정철학을 같이하지 않는 공무원을 과감히 정리하라는 주문을 했고, 산업부 2차관에 강경성 전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새로 보임했다.
따라서 박 전 차관 시절 산업부 공공기관 혁신회의에서 거론된 올해 투자계획이 예정대로 집행될 것인지 여부가 자연스런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산업부 공공기관의 투자계획에는 산업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내용으로 전임 정부의 소득주도형 경제성장정책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는 추경 등 재정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에 맞서고 있는 현 정부의 기조와 방향이 맞지 않아 투자계획은 어느정도 수정돨 것으로 예상됐다.
일단 주요 에너지공기업은 수립한 투자계획대로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는 상반기 투자사업 부진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전은 “산업부 공공기관 혁신회의 자료에서 바뀐 것이 없다고 기획처 예산실이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남부발전은 “상반기 투자계획 이행에서 일부 지연이 있지만 올해 계획대로 수행할 것”이라며 “변화가 있다면 10월 즈음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남동발전은 “순연되거나 취소된 건은 없다”고 밝혔으며, 서부발전도 “산업부 공공기관 투자계획이 변동된 것은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동서발전도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순연되거나 취소된 사항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에너지공기업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2050 탄소중립계획에서 석탄발전의 비중이 급감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민은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할지로 이어졌다. 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 풍력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연료전지 등 수소산업을 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부발전과 중부발전은 이러한 고민 끝에 나름의 결론을 내고 움직인 대표적인 사례다.
서부발전은 최근 코오롱글로벌과 공동 출자한 태백 하사미 풍력과 명운산업개발이 진행하고 있는 영광 낙월해상풍력에서 발을 뺐다. 서부발전은 이들 사업에 특수목적법인인 하사미(주)와 낙월블루하트를 통해 참여했으나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에 투자한 지분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서부발전은 풍력발전사업에서 발을 뺀 같은 시기에 미국 현지기업과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생산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 초 신재생개발사업단과 신재생건설사업단을 폐지했다고 산업부 공공기관 혁신회의자료에 공개했다.
중부발전의 경우 서부발전과 달리 스웨덴 구바버겟 풍력을 준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한 기재부의 평가는 명확하다. 이달초 기재부가 발표한 기관별 경영실적 평가에서 서부발전은 우수(A) 등급을 받았다. 같은 등급을 받은 산업부 산하 공기업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유일하다.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석유공사, 한수원은 양호(B) 등급을 받았다. 가스공사, 남부발전, 중부발전, 한난은 보통(C) 등급을 받았다. 한전은 미흡(D) 등급이다.
업계 일각에선 서부발전이 우수(A) 등급을 받은 이유가 새로운 수소사업과 조직 축소개편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기재부가 그런 서부발전에 우수(A)등급을 주는 방식으로 다른 에너지공기업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공기업들은 적어도 중장기 투자계획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사업 비중을 낮추고, 현 정부가 선호하는 수소연료전지 등 신에너지 비중을 높일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