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양극재 미국 수출 ‘껑충’…IRA 효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정우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입지가 강화되는 가운데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으로의 양극재 수출액은 18억3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억6100만달러)보다 177.8% 증가했다.
양극재 대미 수출액은 2021년 1월 9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월 1년 만에 5700만달러로 6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후 지난해 2월 5300만달러, 3월 7900만달러, 4월 6700만달러 등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5월에는 양극재 대미 수출액이 1억600만달러로 집계돼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겼고 6월 1억3800만달러, 7월 1억6100만달러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양극재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도 매달 1억달러 중후반을 오가며 호조세를 보인 데 이어 올해 1월부터는 2억달러선을 돌파했다. 올해 3월에는 3억26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2억2700만달러, 2월 2억9900만달러, 3월 3억2600만달러, 4월 2억9300만달러, 5월 2억4100만달러, 6월 1억7400만달러, 7월 2억7600만달러 등으로 매달 2억달러 중후반에서 순항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한국산 양극재의 대미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경으로 지난해 8월 발효한 미국 IRA가 영향을 꼽는다. 미국 정부가 IRA를 통해 양극재와 음극재를 배터리 ‘구성 소재’로 분류한 데 따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양극재를 생산한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양극재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특히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IRA 발효에 대응해 완성차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북미 배터리 공장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의 현지 합작공장이 속속 가동을 시작하면서 양극재 수출도 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을 설립하고 미국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에 연산 40∼5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했으며,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9.8GWh 규모의 SK 배터리 아메리카 1공장을 짓고 지난해 양산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실적에 IRA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예상 금액 1109억원을 영업이익에 적용했으며, SK온도 AMPC 혜택 예상분 1670억원을 반영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두 회사가 받을 세액공제 혜택만 각각 4930억원, 71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대미 양극재 수출 증가를 IRA 발효에 따른 결실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자가 이뤄진 만큼 이들 공장에서의 본격적인 공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추가 투자 결정에 따른 공장들을 짓고 있으며 삼성SDI도 2025년부터 현지 합작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즉 양극재 대미 수출 증가는 북미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전체적인 배터리 수요 증가가 주효하며 이 같은 상황에서 IRA 규정에 따라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공급이 꾸준히 늘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 향후 가동을 시작할 현지 공장에서의 배터리 생산이 늘면 양극재 수출 증가세도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내 양극재 공장의 미국 등 해외로의 이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IRA의 핵심 광물·배터리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북미 직접 생산 비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배터리소재사들의 북미 투자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연산 12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포스코퓨처엠도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캠을 설립해 캐나다 퀘벡주에 연산 3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내년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