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민의 에너지산책] 유가 배럴당 90달러 돌파…SMP 이상 없나?
연말 전력생산비용 상승 전망…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 부담 완화 필요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희민 기자] 최근 상승 곡선을 그리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아직 계통한계가격(SMP, 한전이 발전회사들에게 1kWh당 구매하는 전력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지만, 환율 상승이 더해지면서 전력생산비용 상승을 부추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0.04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89.20달러, 서부텍사스 중질유(WTI)의 가격은 86.69달러에 거래됐다.
두바이유, 브렌트유, WTI유의 가격평균은 올해 6월만 해도 배럴당 70.07달러였지만,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8월 84.04원을 기록했다. 반면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은 노말입방미터(N㎡)당 6월 942원, 7월 975원, 8월 922원으로 안정적이었다.
같은 기간 SMP는 6월 kWh당 147.12원, 7월 153.39원, 8월 146.91원으로 유가 상승의 영향권 밖에 있었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23시 기준 환율 역시 1335원을 기록하며 오름세다.
현재 여름이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적이지만, 가을과 겨울 난방수요가 발생하면 현재의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천연가스 가격과 SMP가 곧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다.
한전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201조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전 입장에서 연말 전력생산비용이 상승할 경우 현재의 전기요금으로 또다시 '적자의 늪'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3분기 한전의 영업익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천정부지의 유가로 인해 일시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또 국내 회사채 시장에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한전 회사채 발행도 어렵게 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량이 많기도 했지만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 하락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전망, 국내 금리의 상승 때문에 8월 회사채 발행이 급감했다.
8월 대기업집단의 회사채 발행액은 1조35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2조6105억 원 대비 48.2% 급락했다. 지난 7월에도 3조442억 원 발행해 전년 대비 55.6% 급감했다.
이달 1일 기준 신용등급이 AA-인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4.447%로 연저점인 지난 3월 24일의 3.928% 대비 51.9bp 높았다. 지난달 22일엔 연 4.569%까지 오르기도 했다. 1bp는 0.01%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전력구입 명목으로 하반기에 회사채 발행량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밑지는 장사일 수 밖에 없다. 일반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상반기에 마무리해 하반기 금리 리스크 부담을 덜었지만, 한전은 변함없이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 연말 천연가스와 SMP 상승으로 한전의 4분기 영업익이 다시 적자로 돌아선다면 설상가상일 수 밖에 없다.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