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G20서 외교 지평 넓힌 尹, 총선 앞두고 민생행보 본격화할 듯
5박 7일 인도네시아·인도 순방 마치고 귀국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책임있는 역할 강조 우크라 지원 계획에 한일중 협력 복원 의지도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인도 순방을 마치고 11일 귀국했다. 5박7일 동안 동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20여개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대한민국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는데 주력한 윤 대통령은 숨을 고른 뒤, 본격적인 '총선 모드'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달린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내수 진작 대책 등을 통해 '추석 밥상머리 민심'을 선점하고, 정치인 출신 장관들과 대통령실 비서관들의 총선 출마를 전제한 교통정리 형태의 개각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5시45분쯤 부인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장호진 외교부1차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등이 나와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트랩에서 내려 이들과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아세안 정상회의와 G2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 자리했고, 중국·일본·독일·이탈리아·필리핀 등 20여개국 정상등과 양자 회담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역내외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한 대아세안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핵·미사일 위협을 이어가는 북한과 밀착 행보를 이어가는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기도 한 만큼, 대북 제재 의무를 저버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선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는 경제 협력 방안과 교류 강화 등을 논의하면서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협조를 요청했다. 또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 이어 3주 만에 만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회담을 갖고 한일중 정상회의 연내 개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얼어붙는 중일 양국 관계에서 '조정자'로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두 차례 환담을 갖기도 했다. G20 갈라 만찬에서 나란히 앉아 약 90분 동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성과와 한미일 3국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3억 달러(약 4006억원)에 이르는 녹색기후기금(GCF) 추가 공여와 23억 달러(3조700억원)의 우크라이나 중장기 지원 계획을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 외교에도 힘을 쏟았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겨냥,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인도네시아와 인도는 세계적인 인구 대국이자 핵심 자원 보유국으로 꼽히는 곳이다.
윤 대통령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핵심 광물, 원전, 모빌리티, 할랄식품, 병원 운영 등 총 22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방산·공급망·인프라·핵심 분야 등 협력을 제고하고 양국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에 진전을 도모하기로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구 1억1000명을 보유한 필리핀은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에 이르는 큰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 생산량이 각각 세계 2위, 4위에 이르는 등 핵심 광물 보유국이기도 하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다자회의 무대에 대해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은 자카르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G20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합의를 이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참가국 정상들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중시하는 국가 간 연대와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원칙 있는 메시지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국제사회 내 공감대가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며 "자카르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G20 뉴델리 정상회의를 계기로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한 윤 대통령의 글로벌 중추 외교가 인도·태평양에서 글로벌 사회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된다"라고 덧붙였다.
순방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은 밀린 업무 보고를 받은 뒤, 오는 12일 국무회의를 열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번 순방의 성과와 의미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직접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를 앞둔 만큼, 내수 진작 대책을 점검하는 등 적극적인 민생 행보도 예상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귀국 후에도) 국민 생활에, 기업과 민생에 다가가서 해결책을 찾고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 나가는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각도 전망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중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국방부 등 3~4명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국방비서관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