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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의 에너지산책] '시장요구·기술력·필요성' 3박자 맞아떨어진 ‘ESS의 귀환’

산업부, ‘ESS 산업 발전전략’ 발표...호남권 2026년까지 1.4GW 선확충 2030년까지 ESS 3.7GW 확보...2025년부터 600MW씩 늘려 리튬이온전지에만 국한하지 않아...양수발전 핵심부품 국산화 추진

2023-11-01     안희민 기자
각종 LFP 배터리. LFP 배터리 ESS는 31일 산업부가 발표한 ESS 발전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캡처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희민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돌아왔다.

ESS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분류되며 한동안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제도 아래 공급인증서(REC)를 가중치 5.0까지 받아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았었다. 그러나 과충전으로 인한 잦은 화재로 RPS제도에서 배제되며 정부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그렇다고 ESS는 기상조건에 따라 불규칙하게 생산되는 신재생 전기를 용이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전력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진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절치부심하던 ESS에 기회가 왔다.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수요 전망이 어둡게 되자 ESS가 전기차용 배터리의 대체재로 떠올랐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확산도 ESS를 다시 링에 올리는 요인이 됐다. 결정적으로 기술력이 뒷받침해줬다. 

산업부가 지난 31일 발표한 ‘에너지스토리지(ESS) 산업 발전전략(이하 ESS 발전전략)’은 삼 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ESS 발전전략은 △2030년까지 단주기 배터리형 ESS를 3.7GW를 확충해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하고 △리튬이온전지(LiB) ESS 외 리튬인산철(LFP) ESS를 보급하는 동시에 △2030년 이후엔 중장주기인 압축공기저장장치(CAEs), 흐름전지, NAS 배터리 설치 △가변형 양수발전 기기의 국산화를 도모하고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업계에선 전기차용 전지와 배터리형 ESS를 2000년대 초반부터 같이 개발해왔다. 

1990년도 말 소니가 원천기술을 가진 리튬이온전지를 코캄이 대량 생산하면서 기존 망간전지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리튬이온전지는 처음에 RC카나 RC비행기 등 완구용에 머물렀으나 점차 에너지밀도와 수명 등 성능을 키워 전기차의 핵심 동력원이 됐다. 

배터리형 ESS는 전기차용 전지와 같은 전지로 분류되지만 양극재의 성분이 다르다. 전기차용 전지와 달리 배터리형 ESS는 한곳에 거치(stationary)돼 있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 구동하고 화재에도 강해야 한다.

ESS 발전전략이 기존 LiB ESS와 함께 LFP ESS를 주목한 것이다. LFP는 양극재 성분으로 리튬, 철, 인을 사용한다. LFP ESS는 철(Fe)이 들어간만큼 무게가 무겁지만 성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화재에 강하다. 

다만 삼원계(NMC, NCA) 양극재를 사용하는 LiB ESS보다 에너지밀도가 떨어지지만, 최근 공급망 이슈가 부각되며 각광받고 있다. 철(Fe)은 망간(Mn)이나 코발트(Co)보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금속이다.

배터리형 ESS는 태양이나 바람을 이용해 불규칙하게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의 전력을 저장하는 수단으로, 이번 ESS 발전전략도 상당부분은 과잉 생산되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는 2022년 4.1GW, 올해 상반기 2GW 보급되는 등 덩치를 키워왔다. 그렇기 때문에 배터리형 ESS가 더욱 필요하다. 

수소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어도 배터리형 ESS가 필요하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전해 설비에 공급하기 전 배터리형 ESS에 먼저 저장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수전해설비 구동에 주파수가 고른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산업부는 제주와 전남에 집중된 재생에너지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설비용량 3.7GW의 ESS를 보급하겠다면서, 2025년부터 600MW씩 꾸준히 늘리겠다고 ESS 발전전략에서 밝혔다.

ESS 발전전략에는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배터리형 ESS만 포함한 것이 아니다.  

배터리형 ESS가 30분 이내 단주기용인만큼, 장주기용 ESS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주기용 ESS엔 양수, 흐름전지, NAS, CAEs, 중형양수가 포함된다. 

산업부는 2036년 스토리지믹스로 전력을 30분 이내 충방전하는 ESS 3.66GW, 4시간 ESS 4.22GW, 6시간 15.58GW, 8시간 1.05GW, 양수 1.75GW로 구성하겠다고 ESS발전전략에서 밝혔다.        

충전에서 방전까지 4시간, 6시간, 8시간 걸리는 ESS를 장주기 ESS라고 한다. 4시간 ESS엔 리튬전지, 흐름전지, NAS가 있고, 6~8시간 장주기 ESS엔 중형양수, CAEs, 열저장 장치가 포함된다. 

산업부는 이들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중형양수발전 주기기의 국산화를 도모하는 한편 이들을 잘 조합해 ESS 구축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ESS 조합을 스토리지믹스(storage mix)라 부르는데, 산업부는 이를 통해 45조 원에 달하는 ESS 구축비용의 20%를 절감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일본 기업이 개발한 NAS 배터리가 더 이상 어려운 기술이 아니고 흐름전지를 제조하는 국내 기업이 다수 존재하는만큼 산업부는 ESS 발전전략을 실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독일 지멘스 등이 가진 중형양수의 주기기 국산화를 통해 한국 ESS 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렇게 삼 박자가 맞은 ESS 산업을 제도적인 지원으로 계속 키워나갈 계획이다. 

우선 ESS를 중심으로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을 개설하고 계약형태를 장기계약으로 돌려 ESS 사업의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경쟁입찰로 필요한 ESS 물량을 확보해 ESS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한편 계통운영자가 ESS를 중앙급전발전기로 운영해 변동비반영(CBP)시장에서 ESS에 저장된 전력을 거래할 계획이다.

ESS 연계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을 개설해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전력생산, 즉 간헐성을 관리하는 동시에 ESS가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도 있다.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이나 전력시장에서 구매한 전력을 ESS에 저장했다가 전기수요자나 통합발전소(VPP) 사업자에게 직접 전기를 판매토록 저장전기판매사업을 도입해 ESS 산업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또 전력수요자인 수용가에 ESS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설치비, 융자, 세제 지원도 기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39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마이크로그리드 구축도 ESS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한 방법이다. 특히 스마트그린산단에 최대 3MWh의 ESS 설치를 추진한다. 

이 밖에 사용후배터리 재사용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제도도 마련한다. 이와 관련 R&D를 지원하고 ESS를 응용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배터리 선박, 차량형 ESS, 탄소저감형 ESS를 우리 실생활에서 사용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ESS 발전전략을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