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전기저장판매사업 내년 5월 시행, 지역별요금차등제로 보완해야
‘반값’ 전기차에 ‘반값’ ESS도 필요…배출권가격 정상화도 선행돼야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산업부가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 제도를 마련해 민간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아직 전기차충전사업자만 대상이지만 향후 기업, 가정 등 전력수용가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 제도는 지난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5월 시행 예정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해 전기차충전사업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다.
당장은 전기차충전사업자가 주 대상이지만 국민의힘 노용호 의원과 함께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이용빈 의원은 지난 14일 토론회를 열고 판매대상을 기업, 가정 등 재생에너지 전력수용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당시 토론회에선 전기신사업에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판매는 한전과 전기신사업자만 가능하다. 전기신사업은 전기차충전사업, 소규모전력중개사업, 재생에너지공급사업만 가능하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려면 전력계통이나 ESS가 필요하다. 따라서 ESS를 매개로 사용하는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도 전기신사업에 포함해 전기차충전사업자뿐만 아니라 RE100 기업에게도 공급하자는 내용이 토론회에서 다뤄졌다.
현재 전력시장엔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이 도입되기 좋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일단 배터리 시장에서 기존 삼원계(NMC, NCA) 배터리보다 가격이 절반가량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도입이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보급이 정체되서 활로를 찾고자 ‘반값 전기차’ 출시를 추진하고 있는데, 원래 LFP배터리가 ESS용으로 각광받았기 때문에 ‘반값 ESS’ 출시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서 팽배하다.
분산에너지특별법 통과 이후 하위 제도로 지역별차등요금제가 논의되는 것도 또하나의 호조건이다. 지역별차등요금제가 도입되면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의 전기수요자가 내는 전기요금을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따라서 전력수요자들은 먼 거리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구입하기 보다, 인근에 설치된 태양광, 풍력, SMR, 연료전지의 전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규모의 차이 때문에 초기투자비용이 비싼 신재생에너지와 SMR 설치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이러한 호조건에 한가지 더 추가 요인이 필요하다. 바로 배출권가격을 EU수준에 근접시키는 일이다.
지난 17일 기준 한국의 배출권 가격은 톤당 9650원으로 유럽의 10% 수준이다. EU의 경우 이달 톤당 88유로(12만 원)를 기록했고, 올해 2월 100유로(14만 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의 저렴한 배출권 가격은 EU가 2026년 본격적으로 시동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에 불리하다. EU에 수출하는 한국 제품은 배출권 가격 차이만큼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배출권 가격이 현실화하면 재생에너지발전소를 직접 설치할 수 있는 동인이 형성된다. 한국의 배출권 가격이 9만 원까지 상승하면 RE100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제도를 활용하기보다 태양광발전소를 직접 건설할 가능성이 커진다. 배출권이 9만 원대에 이르면 재생에너지발전소를 직접 설치하는 것이 RE100 이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비로소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보급도 RPS제도 등 정부에 의존하기보다 민간 스스로 나설 환경이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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