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중 3명' 늘어가는 전공의 이탈…환자 고통 커져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을 상대로 연일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있지만 단체행동에 참여하는 전공의들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업무 중단이 사흘째를 맞으며 의료 공백과 환자들의 고통은 함께 커지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47곳 현장점검·53곳 서면보고)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날 집계 때보다 459명이 늘었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지금까지 사직서가 수리된 사례는 없었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64.4%인 8024명으로, 하루 전보다 211명 늘었다.
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부가 면허정지와 사법처리 가능성을 강조하는데도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전공의들의 몸집이 커진 것에는 과거 여러 차례 집단행동을 했지만 처벌된 사례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사불패' 경험이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에 따른 집단폐업·휴업 때는 이를 주도한 김재정 전 의협 회장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적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처벌을 받은 것은 상당히 드물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발한 집단행동 때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전임의(펠로우) 10명을 고발했다가 취하했다. 당시 의대생들도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하며 현직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힘을 보탰는데, 정부는 이후 의대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하며 국시 기회를 추가로 부여했다.
정부는 '이번에는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업무개시(복귀)명령을 어기면 의사면허 정지 등에 나서겠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도 "명령이 이행됐는지를 두세차례 걸쳐 확인하고 그것이(어겼다는 것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처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면서 의료 현장의 수술과 진료 축소 규모가 커지고 있다.
수술실 가동률이 절반 밑으로 떨어지고, 암이 전이된 환자의 수술이 취소되는 등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에 따라 전체 수술을 최소 30%에서 50%까지 줄인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수술을 연기하고 신규 진료 예약을 줄이면서 전공의 이탈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수술을 절반으로 줄인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수술실 22개 중 10개만 운영 중이다. 가동률이 50%도 안 된다는 얘기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이날 수술의 40% 이상이 연기될 것으로 봤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역시 수술을 30%가량 축소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환자 피해를 고려해 최대한 할 수 있는 수술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다음 주부터는 감소 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가 현장을 떠나면서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세브란스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는다는 한 폐암 환자는 "20일에 다녀왔는데 대기가 엄청나서 정말 하루 종일 있었다"며 "지방에서 올라와 아침에 도착했는데, 오후 6시에야 끝났다"고 전했다.
각 병원은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 등을 동원해 채우고 있다. 야간 당직 등에 교수를 배치하고 있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직장암 3기로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받았으나 암이 간으로 전이돼 다시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는 한 환자 "지난 20일 입원, 21일 수술 예정이었는데 취소됐다. 시기를 놓쳐서 간 이식으로 넘어갈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섭다"고 불안해했다.
전날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7건이다. 수술 지연 44건, 진료 거절 6건, 진료예약 취소 5건, 입원 지연 2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