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기후변화 대응 정책금융 420조 예고…‘현실화 가능성’ 입도마
해상풍력·CCUS·신규원전·수소환원제철에 ‘청신호’ “민간기업 부담할 비용까지 국민 혈세 쓴다”는 지적도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희민 기자]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42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은행권도 9조 원 규모의 미래에너지펀드를 조성해 해상풍력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기후기술에도 3조 원의 돈이 풀린다.
금융위원회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정책금융기관, 5개 시중은행장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관련 은행장 간담회’를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19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2030년까지 5개 정책금융기관이 총 420억 원의 녹색자금 공급 △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이 2030년까지 총 9조 원의 미래에너지펀드 조성 △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이 2030년까지 기후기술 육성에 9조 원 투자를 골자로 하는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금융위의 발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녹색여신 강화, 녹색투자 활성화, 배출권거래제 고도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해상풍력, 수소환원제철, 탄소포집저장(CCUS)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개발사업자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420조 원에 달하는 정책금융자금이 조성되면 △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하는 CCUS(2조 9000억 원)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전환(54조 원) △한전이 미래 먹거리로 염두에 둔 해상풍력(1GW당 5조 4000억 원) △한수원의 신규원전 건설(발전소당 12조 원)에 필요한 자금이 수월하게 융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9조 원 규모의 미래에너지펀드는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마중물이 되고, 아직 개발이 미진한 수전해 기술이나 혁신형 소형원자력모듈(i-SMR) 개발에도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이날 공개된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정책금융과 은행권의 자금규모 확대는 어느정도 예상됐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이 1호 기후변화대응 공약을 발표하며 기후대응기금 2배 확대 방안, 전력기반기금과 복권기금에서의 출연, 교통환경에너지세제 개편 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후 미래 택배 제1호’로 불리는 공약을 발표하며 그간 업계에서 요구해온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망라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후변화를 현금살포로 대응할 것이냐”, “국민혈세로 기업들의 이행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한 우려는 이번 금융위의 발표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2030년까지 420조 원이라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금융은 규모가 획기적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작년에 탈석탄·감원전·재생에너지 확대 명목으로 35조 원의 추경을 요구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그간 수익으로 충분히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EU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할 수 있었지만, 결국 국민 세금을 쌈짓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9조 원의 미래에너지펀드를 필요 자금 160조 원을 끌어낼 마중물로 사용한다는 발표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흔히 IMF로 불리는 1997년 경제난 이후 한국에서 관치금융의 작동이 멈췄으며 시중은행들도 여신의 기준을 수익성으로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에 정부의 발표가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의 기후변화 대응을 뒷받침한다는 환경부의 대책도 입도마에 올랐다.
민간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촉진하려면 △배출권 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중을 획기적으로 올리고 △현 정부 들어 상향조정된 205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해외 감축분도 줄여야 하며, 무엇보다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요금이 정상화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규제 해소만으로 금융권을 지원하기란 역부족이라는 비판이다.
이날 금융위의 발표가 실현되려면 정부예산의 대폭 증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올 5월 개원할 22대 국회에서 실현가능성, 필요 예산 확보와 관련해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