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식 훼손은 고려 안하나'...SK이노·SK E&S 합병에 SK 주주들 성토
합병비율 SK이노 1 : SK E&S 1.2...SK이노 주주들에 유리 합병 피해는 SK주주가...SK 배당 급감에 실적 악화 가능성 가치 반토막에 RCPS 보유한 KKR, 상환 청구할 수도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영문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소식에 18일 SK의 주가가 SK이노베이션보다 더 떨어졌다. 알짜 회사인 SK E&S에 대한 SK의 지분이 이번 합병으로 줄어들어 배당수익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SK 주주들은 이번 양사의 합병비율이 SK이노베이션 주주들만 유리하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3조원이 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KKR이 이번 합병비율에 불만을 느끼고 SK에 금액 상환을 청구한다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일 대비 3.17% 하락한 11만59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12만8300원까지 올랐으나 하락했다. 또 SK의 주가는 전일 대비 4.11% 떨어진 14만9500원에 마감했다.
전날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발표해 이날 관련 종목들의 주가에 관심이 쏠렸다. SK에너지, SK석유화학 등 정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이 LNG 발전과 도시가스 사업을 진행 중인 SK E&S를 품게 되면서 합병법인 SK이노베이션은 석유, 화학, 가스, 발전, 수소 등 에너지 관련 거의 모든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자산 100조원 규모의 종합 에너지 회사가 된다.
당초 양사의 합병 관련 내용이 언급되면서 합병 비율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1:2로 합병돼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합병비율을 산출하기 위한 기업가치가 SK이노베이션은 10조7000억원으로, SK E&S는 6조2000억원으로 계산되면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은 1: 1.1917417로 결정됐다. 이에 업계는 예상보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유리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군다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도 형성돼 있어서 합병이 완료되는 오는 11월까지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주식매수 청구가인 11만1943원 수준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번 합병의 불똥은 SK의 주주들에게 튀었다. 현재 SK는 SK E&S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통합법인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약 55.9%로 낮아진다. SK E&S는 지역 도시가스 사업과 LNG 사업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만 1조3317억원을 기록한 알짜 기업이다. 지난해 SK는 SK E&S에서만 무려 3486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SK의 배당수익이 급감하고,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SK 소액주주들은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자신들의 주식 가치가 훼손됐다고 성토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SK의 주가는 SK이노베이션보다 많이 빠졌다.
업계는 이번 합병과 관련해 KKR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SK E&S는 2021년과 지난해 2번에 걸쳐 KKR에 RCPS 534만4293주를 발행해 3조1350억원을 조달했다. 해당 RCPS의 전환가액은 29만4000원인데, 이번 합병에서 산출된 SK E&S의 기업가치는 13만3948원으로 반토막 수준이다.
이 때문에 KKR이 주식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상환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기일 전 상환권을 행사할 경우 SK E&S는 연내 4조원에 달하는 상환의무가 발생해 대규모 자금 유출이 예상된다"며 "또 이번 합병비율은 RCPS 전량이 전환돼 소멸하는 것을 전제로 산정된 것으로, 전환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합병비율 변경 또는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KKR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협의 중에 있다"라며 "특별히 합병 부담이 되는 것으로 생각을 안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