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SK이노베이션, SK E&S 합병안 이사회 논의...SK온 합병설도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SK그룹이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합병은 물론 수익성이 낮은 조직이나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사업 재편(리밸런싱)이 가시화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결될 경우 자산 총액 1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배터리·소재 등을, SK E&S는 발전소·LNG(액화천연가스)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합병으로 에너지 사업 부문 시너지를 극대화시켜, 재무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SK E&S가 비상장사인만큼 합병비율 산정 방식에 따라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변수로 꼽힌다.
특히 3조원대에 달하는 SK E&S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가장 큰 산이다. KKR이 합병에 반대하며 투자금 중도 상환을 요구할 경우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회사 재무 상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 합병설도 나오고 있다. 원유 수입·석유 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과의 합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 자회사' 간 합병을 추진하면 SK온의 재무구조 개선과 계열사 수 줄이기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도 정리하는 분위기다. SK그룹 계열사는 219곳에 달하며 그룹 내 자회사 수는 2018년 260개, 2020년 325개, 2022년 572개로 늘었으며 올해 1분기 기준으로 700개에 육박했다.
우선 그룹의 중간지주사 격인 SK스퀘어의 자회사 손질에 나섰다. SK스퀘어는 핵심 자회사인 SK하이닉스, 11번가·원스토어 등 23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18개 회사가 적자다.
특히 2020년부터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11번가는 지난해만 당기순손실 1312억원을 기록했다. 원스토어(-311억원), 티맵모빌리티(-371억원), 드림어스컴퍼니(-63억원) 등도 적자였다.
드림어스컴퍼니의 자회사 스튜디오돌핀은 지난 12일 해산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앞서 11번가도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이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 희망퇴직을 비롯해 사옥 이전 등 비용 절감에 힘을 쏟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수펙스 조직 규모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임원 수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