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6개월 만에 100조 붕괴...저축은행 대출 감소세에 경쟁력 비상
여·수신 16개월 연속 줄어 들어 보수적 대출 운영에 경쟁력 하락 유상증자·M&A 등 대책 마련 고심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저축은행의 금고가 말라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저축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면서 대출 잔액은 2년 6개월만에 100조원대 밑으로 떨어졌고 하반기 반등의 신호 역시 감지되지 않으면서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 긴축에 나선 저축은행이 예금 금리까지 낮추면서 높은 금리를 장점으로 내세웠던 저축은행들은 다른 금융권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선 일부 저축은행이 유상증자를 진행하거나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여신(말잔)은 지난 5월 말 기준 99조9515억원으로 지난해 1월(115조6003억원) 이후 16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같은 달(110조9211억원)보다도 10조9696억원(9.89%) 줄었다.
저축은행 여신이 10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1년 11월(98조1324억원)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저축은행 수신도 지속 축소하고 있다. 5월 기준 수신(말잔)은 101조9185억원으로 지난해 9월(117조8504억원) 이후 8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년 동월(114조5260억원)과 비교하면 12조6075억원(11.01%) 감소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 규제로 인해 여신이 줄면 수신도 함께 줄어든다"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다 보니 전체적인 하락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보수적인 대출 관리에 자금 조달 어려워
저축은행 업권의 여신 감소는 고금리 지속으로 이자 비용이 늘자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 결과다.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은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규 대출을 줄이면서 저축은행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6.96%에서 올 3월 말 11.26%까지 5% 가까이 치솟았다.
또 부동산 PF로 인해 부실 사업장을 매각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최종 등급이 유의 또는 부실 우려인 사업장을 각각 재구조화·자율 매각, 상각·경공매 하는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저축은행업권의 유의·부실 우려 등급 PF 사업장은 4조원 규모로 이중 약 3조원이 상각·경공매 대상인 부실 우려 등급이다.
타 금융권 대비 저축은행의 강점 중 하나였던 수신 경쟁력도 긴축 경영이 이어지면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높은 이자 비용 탓에 어려움을 겪었던 저축은행들은 은행권과 금리 격차를 줄이면서 고금리 수신을 털어냈고 현재 저축은행들의 정기예금 중 연 4%대 상품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수신으로만 자금 조달이 가능한 저축은행의 수익성 위기는 하반기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저축은행들은 여수신을 늘려 규모를 확장하는 대신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 8%대의 연체율이 이어지면서 신규 대출을 풀기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다"라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예금 금리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유상증자·M&A 등 해결책 마련 고심
일각에서는 이러한 저축은행의 위기가 확대되기 전에 다양한 방법을 찾고 빠르게 진행해야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브리지론(토지 매입 등에 쓰이는 단기 대출)과 토지담보대출을 대규모로 내줬던 저축은행이 최대 3조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유상증자와 M&A를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동양, 대신, 애큐온, 페퍼, OK 등 일부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지난해 총 6400억원을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업계에선 올해 더 많은 규모의 유상증자가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대주주에게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는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 대주주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주식 처분 명령을 받은 상상인저축은행이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권에서는 민국, 조은, 한화저축은행 등이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M&A는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하는 등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미뤄지고 있다"며 "뱅크런으로 인한 파산 등의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