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등급' 하향되면 퇴직연금 라이선스 반납
대출 심사 강화·자금조달 계획안 등 대안 마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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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기준금리 인하가 미뤄지자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국내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강등되면서 건전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전체 저축은행들의 적자가 2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자본 조달력이 낮은 중소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건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일부 저축은행에 비상시 필요한 자금조달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2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최근 KB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나신평 관계자는 "이들 저축은행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거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노출액) 규모가 200%를 상회해 등급 전망을 하향했다"고 덧붙였다.

회사별 신용등급은 KB저축은행 'A', 대신저축은행 'A-', 다올저축은행 'BBB+', 애큐온저축은행 'BBB'를 유지했다.

이에 앞서 나신평은 지난 15일에도 저축은행 자산순위 6위인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중소 저축은행인 바로저축은행 역시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JT친애저축은행은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최근 몇주 사이 연달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투기 등급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OK저축은행(BBB+), 웰컴저축은행(BBB+), OSB저축은행(BBB) 등 8개 사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중소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연이어 하향 조정됐다"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게 결정적인 강등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 '투기 등급' 하락 가능성에 유동성 우려 ↑

연이은 신용등급 등락에 대해 저축은행은 당장의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은행이나 카드·캐피털사와 달리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 신용등급이 내려가도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신용등급 하락이 저축은행 유동성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신용등급이 'BBB' 아래인 '투기 등급'으로 더 떨어질 경우 저축은행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기 등급'으로 하향되면 저축은행은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한다.

그간 저축은행들은 총 정기예금의 3분의 1을 퇴직연금에 의존해 왔는데 '투기 등급' 하향으로 퇴직연금이 막히면 유동성에 직접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보면 향후 등급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연체율 상승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가파른 신용등급 하락의 결정적 이유다. 실제 국내 저축은행 79곳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5559억원으로 1년 전(당기순이익 1조5622억원)에 비해 순익이 2조원 넘게 줄었다. 저축은행 업계가 연간 적자를 낸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자 이익이 전년 대비 1조3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결국 저축은행의 적자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안을 내놓고 있지만 여수신만 하는 저축은행 특성상 어려운 건 사실이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자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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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업계, 건전성 관리 적극적으로

계속된 적자와 신용등급 하락에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우려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6개월 이상 연체된 PF 대출에 대해 3개월 단위로 경·공매를 실시하도록 지도하고 자산순위와 자본조달력이 낮은 중소형 저축은행에 비상시 자본조달 계획 외에도 재무구조 관리 방안 등의 건전성 관리 계획 제출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들 역시 조달과 대손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재편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같은 사람이 영업권이 다른 비수도권 저축은행을 최대 4개까지 소유하거나 지배할 수 있도록 저축은행 인수합병 기준을 고쳤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형 저축은행을 큰 회사로 편입시키거나 서로 뭉치게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했지만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확대 등을 막는 각종 규제 탓에 M&A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적자 폭이 올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가 지나가면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내년엔 반등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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