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 하락...카드사, 숨통 트이자 '5개월 무이자'로 고객 손짓
신규 회원 감소 대응책...고금리 여전채 많아 수익성 개선엔 시간 필요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카드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높은 조달비용 부담으로 올 상반기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카드사들은 금리 하락으로 숨통이 트이자 축소했던 신용카드 혜택을 강화하면서 고객 확보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채 금리 인하가 카드사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고금리 시기 조달한 차입금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업황 회복엔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카드사들도 하반기 '긴축 경영'을 이어가기보단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비용 효율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신용등급 AA+ 여전채 3년물 평균 금리는 연 3.332%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며 지난 2022년 3월말(3.323%) 이후 2년 4개월 만의 최저치다. 같은 기간 신용등급 AA 여전채의 3년물 금리도 4.48%에서 3.42%로 떨어졌다.
앞서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여전채 금리 역시 꾸준히 상승했다. 예·적금 수신 기능이 없어 주로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들은 금리상승으로 인해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했고 이는 실적에 반영됐다.
국내 전업카드사 8곳(신한·국민·현대·삼성·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의 실적을 보면 지난해 이자비용은 2조3158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수익(4조480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에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 등 고객 혜택을 일제히 줄여 비용 효율화에 나섰다. 그러자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30% 이상 증가하면서 카드사 전체 수익에 큰 도움을 줬다. 올 2분기 실적을 공개한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 등 5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총 1조19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5% 증가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공개된 실적은 지난해 실적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며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긴 만큼 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신규회원 감소 부작용에 무이자 할부 처방
혜택을 줄이는 방법으로 실적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신규회원 감소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자 카드사들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올해 2분기 8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의 신규 회원은 244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254만5000명) 대비 10만명 가량 줄었다. 6월에는 75만6000명으로 올해 최저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전채 금리 인하는 카드사에게 최대 호재로 다가왔다. 자금조달 비용을 아끼면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을 늘려 신규회원을 끌어모을 여지가 생긴 것이다. 특히 무이자할부 혜택 기간을 다시 확대해 소비자 지출 금액, 카드 사용 금액까지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다음달 30일까지 온라인쇼핑, 손해보험, 백화점, 여행·항공·면세점 업종에서 최대 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그 외 병원, 대형마트, 아울렛, 가전업종에서는 3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도 지난달부터 온라인쇼핑, 여행·항공·면세점, 차량 정비·렌터카 업종에서 최대 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업종에 따라 7, 11개월 장기 할부를 선택할 경우에는 부분무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온라인쇼핑·항공·손해보험 업종에서 최대 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며 우리카드도 이달 온라인쇼핑과 항공업종에서 최대 5개월, 병원 업종에서 최대 4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카드는 온라인쇼핑, 여행·항공, 손해보험, 종합병원에서 최대 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 하락이 무이자 할부 혜택 확대에 영향을 줬다"며 "12개월 무이자 같은 혜택은 당분간 힘들겠지만 예전처럼 긴축경영은 당분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채 금리 하락에도 올 하반기에 앞서 발행한 16조원 규모의 고금리 카드채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통계시스템이 집계한 8개 카드사의 이자비용은 지난 1분기 1조771억원으로 전년 동기(9078억원)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무이자할부 혜택 확대를 선택했지만 올해 말에 만기가 도래되는 여전채 잔액이 큰 만큼 당분간 수익성이 개선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카드론과 같은 대출상품 금리 인하는 채권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화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