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액 분담 요청에 '난감'..."법적 근거·계약상 조항 없다"
"PG사에 구상권 청구하지 않을 경우 배임행위 소지 있어"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대되면서 결제대행업체(PG사)와 카드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티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PG사는 취소·환불 금액 등 이번 사태에 따른 손실을 카드사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PG업계와 카드사의 책임 분담을 언급하면서 카드사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는 환불 책임을 분담해야 할 법적 근거나 계약상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PG사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으면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PG업계와 카드업계는 현재 티몬·위메프 고객들의 환불 요청을 받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KG이니시스 NICE페이먼츠 등 티메프와 계약을 맺은 11개 PG사들은 결제취소 신청 절차를 지난달 31일부터 재개했다.
우리나라 카드 결제 구조상 결제 취소는 PG사가 티메프로부터 품목 정보·수령 여부에 대한 정보를 받아 취소를 진행해 줘야만 가능하다. 때문에 아직 카드사들은 PG사를 통한 결제취소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카드사 8곳(신한 삼성 현대 KB국민 롯데 우리 BC NH농협카드) 역시 티메프 사태와 관련 할부거래에 이의를 제기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용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티메프 결제대금 납부를 유예하기로 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달 28일까지 신용카드사를 통해 접수된 티메프 관련 민원·이의 신청은 약 13만건, 금액은 55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며 "카드사들이 선제적으로 고객 고통 분담 차원에서 결제대금 납부 유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 PG사 손실 분담 요청에 카드사 "배임 가능성도 존재"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나서 PG사와 카드사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티메프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구상권을 청구하지 못하게 된 PG사는 천문학적인 손실 전액을 떠안게 됐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30일 티메프의 자산 처분과 채무 상환을 중단시킨 상태다.
PG사가 떠안을 손실이 대략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면서 PG업계는 손실 부담을 카드사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G사들은 카드사가 티메프에서 받는 가맹점 수수료는 2% 수준인 반면 PG사가 받는 결제 정산 수수료는 0.02~0.05% 수준으로 낮아 카드사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PG사 관계자는 "PG사는 결제 중계만 해주는 것일 뿐 실질적인 이익은 카드사가 다 가져간다"며 "분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사가 전면으로 나서야 된다며 압박하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PG사가 전면에 서 있고, 이 비즈니스의 신뢰를 가지고 있는 카드사는 전면에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카드사를 더 독려를 하고 소비자, 판매자 보호에 최대한 나설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환불 책임을 분담해야 할 법적 근거나 계약상 조항도 없다며 PG사가 취소 대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PG사에 지급해야 할 다른 대금에서 해당 환불액을 상계하거나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PG사가 카드사와 맺은 계약을 보면 PG사의 하위 가맹점에 문제가 생겼을 시 PG사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카드업계에서는 현재 계약구조상 카드사가 책임을 분담할 방법도 마땅히 없다며 카드사가 PG사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는 방식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 같은 방식의 책임 분담은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티몬·위메프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 결제수단의 역할만 맡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카드사엔 환불 금액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PG사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아 받아야 할 돈을 받지 않으면 배임 행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입장에선 손실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히 책임을 분담하기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까지 카드사를 통해 접수된 사태 관련 취소 요청 규모는 5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카드사 5곳(신한 국민 삼성 우리 하나카드)의 지난 2분기 평균 당기순이익(2396억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피해 금액을 카드사가 부담할 경우 향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선 카드사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만 요구하기보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카드사에게 지원만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며 "앞으로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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