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관비·무이자할부 축소 등으로 실적 견인
히트상품 개발·리스크 관리 등 하반기 사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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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4대 금융지주계열 카드사와 삼성카드가 조달 비용 상승과 대손비용 증가에도 올 상반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보수적인 영업기조 속 내실을 강화하고 비용 효율화를 통한 강화된 수익 창출 능력이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

다만 일부 카드사의 경우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전성 숙제를 안게 됐다. 또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 규모 역시 증가하면서 카드사들은 연이은 대출채권 매각을 통해 남은 하반기 연체율을 개선하고 경영 불확실성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가 올해 상반기 거둔 당기순이익은 1조198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5.5% 늘었다.

가장 실적이 개선된 카드사는 하나카드였다. '트래블로그'를 통해 해외 결제 시장을 장악한 하나카드는 올 상반기 11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같은 기간(726억원)보다 60.6% 증가한 수치를 보여줬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조달 비용이 증가했으나 국내 및 해외 취급액 증가, 연회비 수익 증가 및 모집·마케팅 효율화를 통해 순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상위권 카드사인 신한·삼성·KB국민카드 역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379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1년 전 3169억원보다 19.7% 성장했다. 삼성카드도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290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628억원으로 24.8% 뛰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은 1929억원에서 2557억원으로 32.6% 늘었다.

반면 우리카드는 지주계 카드사들 중에서 같은 기간 대비 증가 폭이 미미했다. 상반기 히트 상품이 부족했던 우리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83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해외 결제와 국내 결제가 크게 늘면서 결제 취급액이 증가한 게 실적으로 작용했다"며 "하반기 역시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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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실 중심의 성장전략 효과가 호실적 견인

카드사들의 실적 개선에는 내실 중심의 성장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고금리 지속에 조달 금리가 높아지고 가맹점 수수료 개선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자 판관비와 무이자할부를 축소하는 등 자체적인 비용 효율화를 위해 노력한 부분이 실적에 반영됐다.

실제 카드사들은 무이자할부 혜택을 축소하고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같은 대출 부문의 취급 규모를 늘렸다. 최대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던 대다수의 카드사들은 최근엔 3개월까지만 제공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할부 이용 금액은 늘고 있어 1분기 기준 지주계 카드사 수수료 이익은 5686억원으로 전년 동기(4547억원) 대비 25.0% 증가했다.

카드론 잔액도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들 5개 카드사의 6월 말 기준 카드론 취급액은 27조1718억원으로 지난해 6월(26조397억원)보다 1조1322억원(4%) 증가했다. 또 지난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로 순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그에 따른 기저효과가 올해 실적에 반영된 부분도 존재한다.

카드업계는 올 하반기에도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비용 효율화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에도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효율적인 비용 활용에 집중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연체율·리스크 관리 위해 채권 매각 집중

다만 일부 카드사의 경우 개선된 실적에도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전성 부문에서 숙제를 안게 됐다. 신한·삼성·KB국민·하나카드는 연체율이 하락하며 건전성 관리에 성과를 냈지만 우리카드는 3월 말 1.46%에서 6월 말 1.73%로 5개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체율이 올랐다.

또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 규모를 갈수록 늘리면서 순익 개선에 대한 우려 역시 지속적으로 지적받고 있다.

5개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 쌓은 대손충당금은 1조5823억원으로 1년 전 1조5093억원보다 4.8% 증가했다. 신한카드가 4357억원으로 가장 많은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어 △KB국민카드 4184억원 △삼성카드 3161억원 △우리카드 2350억원 △하나카드 1771억원 순이었다.

이에 우리카드를 포함한 다른 카드사들은 연체율을 더욱 낮추고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대출채권 매각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들은 연체가 시작된 부실채권을 팔아치워 얻는 수익으로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대출채권 매매 이익을 통해 연체율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카드를 제외한 4개 카드사가 올해 1분기 거둔 대출채권 매매 이익은 928억원으로 지난해 거둬들인 대출채권 매매 이익(3174억원)의 3분의 1(29.24%) 수준이다. 업계에선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각 카드사들이 대출채권을 매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카드사가 비용 절감을 통해 실적을 낸 것이다"라며 "이러한 기조가 금리 하락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사들은 신사업 진출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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