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감소 부담 소비자에 전가" 고객 불만 쇄도
업계 "맞춤 혜택 제공 위한 리뉴얼일뿐" 주장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조달 금리 상승으로 인한 업황 악화가 계속되자 비용 효율화에 돌입한 카드사들이 카드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단종 카드는 올 상반기에만 400종에 달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 3개년 상·하반기 단종 수치를 모두 상회하는 기록이다.
무이자할부 등의 혜택 축소는 물론 올 상반기에도 단종 카드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실적 감소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카드 단종을 상쇄할 서비스 개발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단종 카드는 총 373종으로 신용카드가 282개, 체크카드가 91개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치를 나타냈다.
연간 단종 건을 보면 △2021년 상반기 111종(신용 75개·체크 36개), 하반기 195종(신용 180개·체크 15개) △2022년 상반기 48종(신용 30개·체크 18개), 하반기 53종(신용 37개·체크 16개) △2023년 상반기 159종(신용 139개·체크 20개), 하반기 299종(신용 266개·체크 33개)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카드 출시 규모는 2021년 262건, 2022년 166건, 지난해 145건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단종된 카드를 보면 △삼성카드 iD EV 카드 △현대카드 마이 비즈니스(MY BUSINESS) 15종 및 '제로에디션(ZERO Edition) 2' △신한카드 AK 2030·레이디(Lady)·빅플러스(Big Plus) GS칼텍스 △KB국민 원(ONE) 체크카드 등 혜택이 많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소위 '알짜 카드'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혜택 리뉴얼이나 제휴사와의 제휴 관계 종료 등으로 인해 카드 단종이 이뤄진다"며 "카드가 단종되어도 비슷한 혜택을 갖춘 카드를 다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 효율 경영 추진으로 카드 단종 가속화
카드사들이 카드 단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고 건전성 관리를 위한 효율 경영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금리로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순익 감소 추세가 이어지자 카드 단종과 무이자 혜택 감소 등 고객 혜택을 대폭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실제 카드사들은 지난 5월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이 돌아왔음에도 카드 세금 납부 혜택은 전년보다 축소하는 등 고객 혜택도 대폭 줄인 바 있다.
그 결과 지난 1분기 카드사 8곳의 당기순이익은 총 7244억원으로 전년동기(5725억원)보다 늘었지만 업계에서는 혜택 축소를 통한 긴축 경영으로 각종 비용을 아껴 수익을 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업계에선 끝없이 내려가고 있는 가맹점 수수료가 이러한 카드 단종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카드 서비스를 구성하는 원천이 되는 수익이 가맹점 수수료인데 이 수수료가 낮아진다면 예전에 비해 서비스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카드사들이 알짜 카드를 없애는 등 업황 악화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업계에 다양한 결제 서비스가 도입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 마케팅으로는 고객 유치가 어려워지자 비용 절감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것.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개발과 맞춤화된 요구사항 반영 등을 수행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 또는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기존 혜택 축소가 아닌 리뉴얼일 뿐
다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 카드사들은 기존 혜택 대신 고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생활 혜택을 강화한 카드를 내놓는 식의 리뉴얼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생활 혜택이 풍성한 카드를 선택하면서 이에 맞춰 카드를 새롭게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출시된 신한카드의 'SOL트래블 신용카드'의 경우 여행 관련 혜택 이외에도 쇼핑·맛집·교통 등 일상생활 혜택을 넣었다.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한 금액의 0.5%를 마이신한포인트로 기본 적립해주는데 전월 이용금액과 관계없이 제공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카드 단종에 대해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영업전략과 경영 판단에 따라 카드 단종이 이뤄지고 있다"며 "단종을 하는 여러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단종 자체를 막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당분간 카드사가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드 단종 역시 매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객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구성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서비스가 줄어든 것으로 보일 것이다"라며 "카드 단종은 이어지지만 혜택 축소는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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