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활성화 위해 QR코드 규격 통일
카드사, 기존 간편결제 핀테크와 경쟁 나서
단말기 보급 등 넘어야 할 허들 많아 의문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결제시장에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에 밀리고 있는 카드업계가 간편결제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QR코드 규격을 통일하고 시장 키우기에 나섰다. 통일된 규격이 활성화되면 소비자들의 편의성과 접근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카드사들도 이러한 이점을 이용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관련 기능이 탑재된 단말기 보급이 부족하고 삼성페이 등 NFC 방식에 이미 자리 잡고 있어 상용화엔 속도가 붙을진 미지수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여신금융협회와 국내 8개 신용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는 모바일 QR결제 공통 규격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번 도입된 공통 QR 규격은 글로벌 표준인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Co의 QR코드 규격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카드 가맹점에서 실물 카드 없이 신용카드사 결제 앱을 통해 모바일 QR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휴대폰 기종과 상관없이 하나의 통합된 방식으로 QR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편리성이 크게 향상된다.
결제 가능한 가맹점은 하나로마트·이케아·매머드커피·메가MGC커피·이디야커피 등 5곳이다. 신용카드사는 향후 주요 편의점 및 약국 등 추가적으로 가맹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이번 공통 QR 규격 도입을 통해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더 나은 결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협회 및 신용카드사 등은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협력을 통해 편리하고 안전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간편결제 시장 잡기 위해 합심
협회와 카드사가 합심해 시스템 개선에 나선 이유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체에 넘어가 버린 간편결제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기기 결제 중 카드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비중이 전년 대비 48.5% 증가했으며 모바일기기 등을 통한 결제 중 카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비중은 2019년 35.1%에서 2023년에는 48.5%로 크게 늘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 일평균 이용 잔액은 8755억원으로 연간 15% 증가했는데 이 중 각종 페이를 서비스하는 전자금융업자의 비중은 48.9%로 가장 높았다. 반면 카드사가 포함된 금융회사의 점유율은 3년 연속 하락세다.
결국 카드사들은 생존을 위해 간편 결제 시장에서 입지를 더 넓혀야 한다는 결과를 도출했고 협회와 함께 결제 코드의 규격을 통일하고 공통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특히 지난 2022년 12월 카드사들이 합심해 만든 '오픈페이' 서비스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자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오픈페이'보다 더 효과적인 공통 QR 서비스를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오픈페이'가 너무 반응이 없어 카드사 내에서도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라며 "결국 방안을 찾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 '공통 QR' 등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 상용화 위해선 넘어야 할 허들 많아
간편결제 점유율을 잡겠다며 카드업계가 야심 차게 '공통 QR'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상용화와 대중화를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허들이 많은 상황이다. △단말기 보급 △핀테크 페이 △가맹점 확대 △MST·NFC 보편화 등을 극복해야 점유율 개선에 성공할 수 있다.
특히 단말기 보급 문제는 QR 결제 활성화를 막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다. 가맹점 대부분이 카드 결제 단말기는 보유하고 있는 반면 QR 결제는 관련 법과 의무가 없기 때문에 단말기를 갖춘 곳이 적다. 공통 QR 결제를 위해 단말기를 가맹점주 사비로 구매해야 하는 탓에 범용성을 갖추는 것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금융결제원이 국내 한 편의점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터치나 삽입형 방식의 카드 결제 비중은 전체 결제 건수의 96.5%에 달했지만 QR코드를 활용한 결제는 3.42%에 불과했다.
삼성페이·애플페이 등 모바일 기기 기반 결제 시스템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진 점도 악재로 지적된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페이를 필두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사의 간편결제가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는 추세다. 자체 결제망이 구축된 카카오페이의 가맹점은 103만곳 수준인 데다 삼성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 대부분 점포에서 사용이 가능해졌다.
또 현재 카드사들이 마련한 공통 QR 규격 사용처는 하나로마트·이케아·매머드커피·메가MGC커피·이디야커피 등 5곳에 불과하다는 점도 아쉽다. 이들 가맹점을 모두 합쳐도 1만곳이 채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여전협회는 향후 편의점과 약국 등 추가적인 가맹점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지만 가맹점 확보에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다만 업계는 공통 QR이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인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경쟁이나 흥행보단 소비자와 가맹점을 위한 서비스다"라며 "업체 간 지속적인 협력과 법·제도적 개선을 통해 편의성 등을 넓힐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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