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폭증 기업대출…'못 갚으면 가계부채보다 위험'
2020년 이후 최고 수준…"금리 상승기 부실화 가능성은 더 클수도"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이 12조원 늘면서 기업부채도 가계부채만큼이나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면서 전체 대출규모가 커졌는데, 만약 기업의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은행권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12조1000억원 폭증했다. 4월을 기준으로 지난 2020년(+27조9000억원) 이후 최고 수준으로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운전자금 수요, 시설자금·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의 대출은 4조4000억원 늘었고 중소기업은 7조8000억원 증가했다.
회사채는 만기도래분 증가에 따른 차환발행 등으로 3000억원 순발행으로 전환됐다. 또 CP·단기사채는 4조5000억원 순발행 규모가 확대됐으며 주식은 유상증자 중심으로 발행규모가 확대되며 3조5000억원 순발행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기업대출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인력·시설 투자가 늘어 추가자금을 빌렸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지 못해 운전자금(회사나 공장에서 임금 지불, 원료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했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진 현 상황에서 '기업대출 증가'는 연체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엔 동의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법인기업대출 연체율은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연체율이 더 크게 증가해 은행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
실제 한경연이 2006년 1분기~2021년 4분기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기업대출 연체율은 기업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 시 약 0.2%포인트 증가하는데 반해, 가계대출 연체율은 가계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약 0.1%포인트 높아졌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규모가 매우 커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을 얘기할 때 가계부채를 주로 이야기하지만, 금리상승으로 인해 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은 기업부문이 더 클 수도 있다"면서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부문 건전성 저하는 오히려 기업대출 부실화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연준이 매파적인 내부 목소리에 따라 기준금리를 올해 말까지 3.5%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 대출금리는 7~8%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교수는 수출 기업은 대출금리 상승 우려와 함께 미국 연준이 밝힌 유동성 환수 계획으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88.60원으로 전날보다 13.30원(1.04%) 오른 수준이다.
김 교수는 "1600원 수준까지 치솟았던 지난 2008년 외환위기 당시 한미·한일통화스와프가 있어서 어려움을 막았으나 현재는 녹록지 않다"며 "여기에 중국의 봉쇄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 기업은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특히 비상장기업은 상장기업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원화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부채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