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가출 사회초년생 꾀어 50억원 전세사기...주범은 금융기관 간부
[데일리한국 김지현 기자] 지적장애인 및 가출한 사회초년생 등을 유인해 속칭 ‘가출팸(가출 후 일행을 이뤄 함께 지내는 사람들)’을 만든 뒤 이들의 명의를 이용해 50억원 상당의 전세대출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 4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 주도자에 부산의 금융기관 대출 담당 현직 간부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48명을 적발해 범행을 주도한 A씨 등 4명은 구속하고 나머지 4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구속된 4명 중 A씨는 부산의 한 금융기관 대출 담당 간부이며, 나머지 3명은 시행사 관계자, 공인중개사, 성인 가출팸 관리자다.
A씨 일당은 2020년 1월부터 2년간 부산지역 미분양 아파트나 빌라 등을 이용해 가출팸 구성원 명의로 전세자금 등 50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 가액과 보증금을 정산한 뒤 수억원을 가로챈 받고 있다.
이들은 전세자금 대출 시 은행이 현장실사를 잘 하지 않는 점을 노려 1개 주택에 가출팸 일원의 명의를 돌려가며 여러건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 은행이 전제사금 대출시 현장 실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과 은행 간 대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또 시행사와 짜고 시행사가 보유한 미분양 주택을 활용한 대출사기도 저질렀다. 시행사는 임대 중인 미분양 주택의 소유권을 A 씨 일당에게 넘겼고, A씨 등은 임차 보증금이 없는 것처럼 꾸민 위조 계약서를 활용해 은행으로부터 전세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일당은 사회 초년생으로 일정한 직업이 없던 성인 가출팸 구성원들을 합숙시켜 관리했는데, 이 중에는 지적 수준이 초등학생 정도인 20대 여성 B씨도 있었다. A씨 일당은 B씨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유흥비로 탕진하고, B씨 부모가 가입해둔 보험을 담보로 2000만원 대출을 받은 후 보험을 해지해 해지환급금까지 챙겼다.
경찰은 A씨 일당이 소유한 12억원 상당의 아파트 등 범죄수익금에 대해 법원에 기소전추징보전을 신청해 4건의 인용 결정을 받았고, 추가로 3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