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농협·새마을금고 발생…'도박·코인 손실' 탓
지난해 16건, 전년보다 건수 줄었으나 액수 7배 증가
내부통제 시스템 무너져…"CEO 책임, 강력 처벌 필요"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연이어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사의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횡령은 모두 직원들이 주도했는데 업계 안팎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처벌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신한·농협 등 시중은행과 새마을금고에서 횡령사건이 연속해서 발생했다. 먼저 농협에서는 이달에만 경기도 광주, 파주의 지역농협에서 잇따라 횡령 사건이 일어났다.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광주에서 체포된 지역농협 직원 A씨는 타인 명의의 계좌로 공금을 수십 차례 송금하는 방식으로 회삿돈 약 4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스포츠 도박과 가상화폐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된 상태다.
비슷한 일은 며칠 뒤 파주시 지역농협에서도 발생했다. 지역농협 직원 B씨가 약 17억4000만원을 본인·차명 계좌로 빼돌려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는데 농협 측은 횡령 피해액이 약 70억원에 달한다며 B씨를 고소했다.
새마을금고에서도 연속 횡령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의 한 새마을금고 직원 C씨는 자신이 금고 자금을 횡령했다고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간 고객들이 금융상품에 가입하며 맡긴 예금 등 4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7일엔 강릉 새마을금고 직원 2명이 횡령·배임죄를 저질렀다며 자수했다. 이들은 새마을중앙회 감사에서 금고 예산 22억원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자 자수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직원 2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배임혐의로 입건하고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감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새마을금고에서는 이달 전 본부장이 연루된 가짜 다이아몬드를 담보로 한 380억원대 대출사기도 발생하면서 '도덕적 해이'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횡령에 대해 "당사자들이 검사 기간 중 자수를 했고 경찰에서도 인지수사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라며 "향후 추가 고소를 진행할 수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경찰 수사부터 협조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은행에서는 직원이 무려 614억원을 가로채는 사건이 벌어졌으며 신한은행 영업점에서도 직원이 2억원을 횡령하는 일도 일어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수년 간 은행권 내 횡령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막을 대책도 없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또한 금융사의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도 외면 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9개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기업·농협·산업·SC제일·씨티·부산)에서 발생한 횡령은 총 16건이다. 전년(21건)보다 줄었으나 금액은 9억8000만원에서 67억6000만원으로 약 7배 가량 불어났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최근 새마을금고, 우리은행, 농협 등에서 발생한 횡령은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라며 "횡령 당사자들은 한 번 돈을 가로채도 걸리지 않으니 두 번, 세 번 횡령을 시도하면서 피해도 장기간 누적됐다. 결국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김득의 대표는 CEO의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횡령에 대한 CEO 책임을 묻는 제도도 필요한데 이는 곧 내부통제, 감사체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횡령으로 인해 장기간 피해가 누적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재 금융권에서는 횡령을 하더라도 환수하게 되면 고발 조치까지는 잘 이뤄지지 않고 정직·해고에서 처벌이 머무는 온정주의가 만연하다"라며 "처벌받은 횡령 당사자가 금융권에 다시는 머물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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