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전락한 파라텍 '희한한 자금운용'...현금은 빌딩 매입·유상증자는 시설 투자
주가, 지난해 초 대비 87% 폭락해 900원대 허덕 유동성 부족해 유증...정작 유보금은 부동산 투자 주주부양 미흡...CB 등 확보 자금, 활용 주시해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이기정 기자] 스프링클러 등 소방제품 전문기업 파라텍이 잇따른 CB(전환사채)발행과 유상증자를 진행해 지난해 초 6700원 수준이었던 주가가 최근 900원대까지 약 87% 가량 하락해 '동전주'로 전락했다.
CB발행과 유상증자 목적이 각각 시설 투자와 타법인 증권 취득을 통한 신사업 투자인 가운데, 정작 남아있는 현금 자산 200억원은 청담동 건물 양수 잔금을 지급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라텍은 앞서 취득한 청담동 건물의 잔금 180억원을 이날까지 지급해야 한다. 파라텍은 현재 건물 일부를 사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활용처는 아직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파라텍은 지난 7월 13일 서울 청담동 소재의 건물을 20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양수 목적은 '유형자산 취득을 통한 투자수익 강화'며, 이미 계약금 20억원을 지급했다.
파라텍은 잔금 조달 방법으로 사내 유보자금 및 금융기관 차입을 활용한다고 공시했다. 올해 상반기 말 파라텍의 현금성 자산은 약 157억원으로 추가적인 자금 확보를 통해 잔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파라텍은 7월 22일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당초 발행가액은 1075원이었지만, 9월 20일 최종 발행가액을 850원으로 최종 결정하며 총 242억원을 확보했다.
파라텍은 유상증자에서 '시설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자금은 대부분 운영 목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자금 사용처는 시설자금 50억원, 채무상환자금 50억원, 운영자금 142억원 등이다.
구체적으로 서산공장 건축비 26억원, 기계장비 구매 24억원, 산업은행 산업시설자금 대출 일부 상환 50억원, 소방제품 생산 및 소방시설 시설 운영자금 91억원 등에 활용한다.
특히 파라텍은 이번 유증 과정에서 주주들의 불만에 직면했다. 유증에서 일반공모 방식을 선택했는데, 기존 주주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유증에서 기존 주식 대비 약 30% 할인율을 제공하며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파라텍은 일반공모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부족한 수주 대응을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한 투자금 확보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작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은 대부분 청담동 건물 잔금을 지급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파라텍은 이달 4일과 5일 율호와 티케이자산을 대상으로 각각 100억원, 50억원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발행 목적은 타법인 증권 취득을 통한 신사업 투자다. 구체적인 투자대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최근 수주 증가 등으로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사업 연관성이 없는 청담동 건물 인수와 주주부양 노력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일각에서는 유증과 CB를 통해 확보한 자금의 사용이 계획대로 집행되는지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파라텍 관계자는 "청담동 건물 양수는 부동산 투자 개념이 맞지만, 경영진들이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이다"라며 "유증과 CB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청담동 건물 양수와는 무관하고, 공시한 내용대로 사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파라텍은 올 상반기 기준 39건의 수주를 확보해 1430억원의 수주잔고가 남아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올 1분기 영업적자 20억원에서 2분기 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25일에는 소방제품 제조사업 확장 및 제조원가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서산공장으로 본사 이전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