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주주 행동주의, 3월 주총서 곳곳 표대결
태광·BYC·KT&G, 행동주의 펀드와 주총서 격돌 예상 "지배구조 취약 기업만 공격"...기업들 우려 커져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이기정 기자]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다음달 주주총회 시즌에 주주들과 표대결을 치르는 기업들이 여럿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표대결이 예상되는 기업은 태광산업, BYC, KT&G 등이다. 태광산업과 BYC는 트러스톤자산운용과, KT&G는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 및 안다자산운용과 주총서 다툴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배당성향 20% 이상 상향과, 사외이사에 트러스톤 측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또 BYC에는 자신들이 추천하는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고, 배당을 40%로 올려야 한다고 주주제안을 보냈다.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와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인삼공사의 인적분할과 비핵심사업 정리, 주주환원정책 확대 등을 제안했다. 다만 이들의 제안은 아직 공식주총 안건으로 선정된 것은 아니다.
최근 주주 행동주의가 주목받는 배경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잇따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은 SM엔터테인먼트에 감사 선임과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해 원하던 결과를 이끌어냈다.
얼라인은 7대 금융지주에게도 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대부분 금융지주들이 배당 성향을 늘리면서 주주제안을 철회했다. 다만 JB금융지주에서 제시한 안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해, 2차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가 기업과의 표대결에서 승리한 사례도 생기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 건은 지난 10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부결됐다. 코스닥 업체 파라텍도 지난 17일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물적분할 계획이 무산됐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다소 외면받던 행동주의 펀드가 주목받는 이유가 정책 당국의 태도 변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와 국민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에서 행동주의를 예전처럼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대하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결국 행동주의가 더 강하게 주목받는 이유는 정책 당국의 제도 변화와 관심이다"라며 "특히 지금까지 환경 분야가 많이 강조됐다면, 앞으로는 지배구조에 더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 행동주의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행동주의 펀드의 경우 과거 SK와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 등 좋지 않은 선례가 많아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고, 주가가 오르면 표대결에 졌다는 이유로 막대한 시세차익과 함께 지분을 정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행동주의 펀드가 이같은 기업들만 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결국 기업들의 걱정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KB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주 행동주의 대상 기업 수는 2017년 3곳에서 지난해 47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2020년과 2021년 대상 기업 수는 각각 10곳, 27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