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제정안 3종 살펴보니
이인선, 관리시설 조속 확보와 안전성 검증 강조…‘유치지역 지원’ 명기 김영식, 국민 보호 부담 최소화가 책무…파이로프로세싱 R&D 염두 김성환, 민주성-합의적 공론 도출에 중점…처리·처분 전까지 부지 내 저장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장(방폐장) 설치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에서 심사 중인 특별법 제정안은 현재 3건에 이른다. 이들 제장안은 각 의원안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이하 산업소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제정안은 이인선·김영식(이상 국민의힘), 김성환(민주당) 의원안 등 3건이다. 여권은 5월까지 심사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통합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인선 의원안의 경우 제목에 유치 지역 지원 방안을 법제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영식 의원안은 관리시설을 강조하면서 주민수용성 제고에 가장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시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연구개발(R&D) 과제를 염두에 뒀다. 김성환 의원안은 민주성, 합의적 공론을 강조하면서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처분 전까지 부지 내 저장을 용인했다.
또 제정안의 목적과 관련해 김영식 의원안은 ‘관리시설의 건설 및 운영’을 주요 규정사항에 포함했다. 이에 반해 김성환·이인선 의원안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민주성, 책임성, 투명성 제고’를 목적으로 명시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제정안 제목에 대해선 김성환 의원안에 동의하고, 목적 부문은 김성환·이인선 의원안이 제정안의 주된 내용과 방폐물 관리의 핵심가치를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일단 산업소위는 제정안 제목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수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개념에 대해 김성환 의원안은 안전성 검증 활동을 개념에 포함하자고 나섰고, 이인선 의원안은 안전성 분석·평가 활동을 관리에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검증이 분석·평가활동보다 적극적으로 보이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고준위 방폐장 관리위원회 업무범위에 안전성 검증이 포함되면 규제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원안위의 업무와 충돌되지 않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 이인선 의원안에 동의했다.
김영식 의원안은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을 제정하며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개발을 수행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식 의원안은 다른 안과 달리 ‘사용후핵연료’, ’처리’, ‘사용후핵연료처리’의 정의를 두고 사용후핵연료 처리 관련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별로로 규정했다.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는 사용후핵연료에서 재활용 가능한 핵물질을 전기화학적으로 추출해 분리된 핵물질을 소각해 감축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핵물질을 분리·소각·재활용해 사용후 핵연료 처분 부담과 독성을 경감한다는 기대를 받지만, 비용-효과성을 직접처분과 명확히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외교부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활동과 시설 건설 허용 여부에 대해 미국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처리 관련 조항이 법률에 포함되면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과기부의 경우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처리 등 사용후핵연료 관리 과정에 관한 정의조항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에 있어 미래 기술진보 가능성을 고려해 ‘사용후핵연료 처리 연구개발’의 근거를 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김영식 의원안대로 정의 규정을 마련하는데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범위에 지하연구시설(URL)의 포함 여부도 심사대상이다. 김성환 의원안과 이인선 의원안은 중간저장시설, 처분시설, 부지 내 지하연구시설을 포함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영식 의원안은 중간저장시설과 처분시설만 포함하자는 의견이다. 단, 김영식 의원안에 부지 내 지하연구시설의 정의는 없으나 ‘처분시설부지 내 처분안전성 실증시설’을 건설하도록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부지 내 지하연구시설이 심층처분시설 건설에 필수적인 시설로서 ‘관리시설’로 분류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최근 시민단체와 지역주민 일각에서 실질적인 고준위 방폐장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원전 부지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하 부지내저장시설)’의 범위에 관해서도 각 의원안은 다른 결을 보여줬다. 김영식 의원안은 부지내저장시설에 습식저장조와 건석저장시설을 모두 포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김성환 의원안과 이인선 의원안은 습식저장시설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소위와 정부는 이인선 의원안을 지지했다. 의원안들이 결은 다르지만 모두 원전건설 시 없던 신규 저장시설을 설치할 경우 의견수렴과 지역지원 등을 논의토록 공히 배려했다.
각 의원안들의 미세한 차이가 각기 학계, 산업계, 환경단체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어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란게 원자력업계의 전망이다. 산업소위는 5월을 심사완료 시한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