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증액되더라도 지역민 나눠먹기 아닌 원전 재해 대책에 써야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은 2일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해당하는 지자체 23개에 2300여억 원의 예산을 집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은 2일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해당하는 지자체 23개에 2300여억 원의 예산을 집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은 지난 2일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장인 1000석 규모의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이 가득찰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들은 지금까지 원전 소재지인 5개 지자체에만 투입되는 원전 지원 예산을 원전 사고 시 재난지역이 될 수 있는 23개 지자체에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23개 지자체는 원자력시설에서 방사능누출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대피‧소개 등과 같은 주민보호대책을 사전에 집중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으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라 부른다. 정부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예산 지원을 위한 근거법을 마련하지 않아 홀대받고 있다고 불만이다.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이 요구하는 금액은 원전 지원 예산보다 소박한 2313억 원 규모다. 23개 지자체이므로, 각 지자체에 100억 원 꼴이다.

행사를 주최한 박성민 의원(국민의힘)은 “2015년 방사능방재법 개정으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관할 구역이 23개 지자체로 확대되어 의무와 책임이 가중됐지만 원전 소재지 5개 구역 외 재정 지원이 연간 1억원도 안돼 티끌만 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지난해 12월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503만 명의 주민이 1인당 4만6000원 수준의 지원을 받도록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원전 소재지의 59만원에 비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실 울주, 기장, 울진, 경주, 영광 등 이른바 원전 소재지엔 제법 큰 예산이 투입된다. 지원 사업도 ▲발전소 주변지역 기본지원사업 ▲특별지원사업(발전소 주변지역) ▲기타지원(발전소 주변지역) 등 3종이나 된다.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 전력산업기반기금 편에 따르면 올해 발전소 주변지역 기본지원사업 예산은 약 1239억 원이다. 이 가운데 원자력에 배정된 금액은 467억 원이다. 원전의 평균이용률추정발전량을 36.3TWh라고 보고 단가 0.25원/kWh를 적용해 산정했다. 

발전소 건설 지역에 투입되는 예산을 명기한 특별지원사업 예산엔 신한울 3,4호기 특별지원 가산금 200억 원이 포함돼 있다. 총 가산금 410억 원 중 200억 원이 올해 반영됐기 때문에 내년에 추가로 210억 원을 지급한다.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지급하는 예산을 규정한 기타지원 예산엔 5개의 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지원금액 40억50만원이 배정돼 있다. 안건비 25억5700만 원, 운영비 7억3200만 원, 장비비 2억9400만 원, 고창분소 운영비 25억 원 등이다.

2012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사고 후 폐로가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원전. 2017년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2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사고 후 폐로가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원전. 2017년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렇다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지자체가 요구하는 예산은 적절할까? 사실 그렇지 않다. 실제로 원전으로 인한 방사선 피해가 발생하면 100억 원 갖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다. 

2012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도쿄전력은 200조 원이 넘는 피해보상액을 지급할 의무를 지게 됐고 종국엔 일본 정부에 국유화됐다.

2019년 방한한 일본 도쿄전력 야스히로 카즈시게 도쿄전력 파워그리드 차장은 “지금까지 200조 원이 넘게 피해보상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피해보상이 남아있어 300조 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핵연료가 원자로 건물 내에 갇혀 방사능 방출속도와 양은 체르노빌에 비해 상당히 약한 수준이었으나, 북서풍의 영향으로 방사능이 넓게 퍼졌었다. 국내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해서는 절대 안되겠지만, 국내서도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유사한 경우가 될 수 있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원전 대형사고 실제 발생빈도는 이론치보다 200배 높으며 인구 밀도가 높은 경우 위험도는 그에 비례해 증가한다”며 “해외 대형사고 시 방사능 확산 형태, 국내 원전들의 밀집과 인구밀도를 고려할 때 대피 여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방사능 피폭량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23개 지자체에 각각 10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하기보다는, 예산규모를 늘리더라도 방사선 노출에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예산규모 산정과 방안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한국의 경우 원전 사고에 대비해 마련한 예산이 원전 1기당 9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사례를 참고하면 턱도 없는 액수다. 원자력안전교부세가 포퓰리즘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정확한 예상피해액을 산정해 유사시 원전 피해 방호를 담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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