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 제시한 산업부 대신 2050 탄소중립에 맞춰 원전 확대 꾀해야"
고준위 방폐장 논의 중심 "산업부→주민 수용성 확대로"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국내 원전마다 포화가 임박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운영시기를 탄소중립 시기에 맞춰 산업부 계획보다 10년 앞당기려는 시도가 표면화됐다. 고준위 방폐장 확보를 위해 원자력 안전성만 강조하지 않고 주민수용성도 고려하고 있다.
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김영식 의원(국민의힘·구미시을)을 24일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지역 수용성 확보 세미나’에서 만나봤다. 이 세미나는 김 의원이 최근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김 의원은 “사용후 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은 이미 배출된 핵연료를 처분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핵주기 정책 및 앞으로의 원전정책과 관련없이 필요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의 탈정치화’로도 해석될 수 있는 그의 발언의 배경엔 ▲산업부로부터 고준위 방폐장 정책수립과 집행 주도권을 가져오고 ▲고준위 방폐장 가동시기를 2050년 탄소중립 시기와 일치시켜 원전의 확대를 꾀하려는 복안이 담겨 있다.
산업부는 2022년 7월 20일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 시나리오를 발표하며 용지선정 13년, 중간저장시설 건설 7년, 지하연구시설(URL)실증 14년이 걸리고 처분시설 건설에 10년이 걸려 고준위 방폐장이 2060년에야 완공된다고 소개했다. 2060년은 탄소중립 계획이 완료되는 2050년보다 10년 늦은 시기로, 산업부의 시나리오는 원전을 ‘무탄소 전원’으로 부각해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삼고자하는 원자력계의 불만을 샀다.
실제로 김 의원은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 원자력계의 자성과 함께 영구처분장 부지 확보에 9차례나 실패하며 장기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실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21개월간 공론화를 거쳐 2016년 7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됐고 관련 법안이 발효됐다"면서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추진하며 2020년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로 5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주민들의 불안감과 오해, 일부 단체들의 반대 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영구처분장 부지확보에 9차례나 실패하며 장기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관리시설 운영 시점을 명기하고 ▲거버넌스 운영을 지역 주민 수용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의원의 법안은 고준위 방폐장 부지 조사 단계, 관리시설 주변지역 지원 측면에서 김성환 의원(민주당), 이인선 의원(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과 유사하지만, 관리시설 운영 시점을 세분화해 명기한 점이 다르다.
김 의원의 법안은 ▲관리시설 부지 2035년 이내 확보 ▲중간저장시설 2043년 운영 ▲처분시설 2050년 운영 ▲중간저장시설 운영시 사용후핵연료 즉시 이전을 담고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의 법안은 24일 세미나에 참석한 고준위 방폐장 관련 시민단체에게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기존 계획이나 법안이 관리시설 운영 시점을 명기해 이행했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주민수용성도 확대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수용성에 보다 방점을 둔 김 의원의 법안은 원자력계의 태도에 대한 자성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원자력계도 자성해야 한다”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짜 뉴스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과학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자력계 내 후행핵주기 분야에서도 각자의 연구에만 몰두할 뿐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국민 눈높이에 맞춘 소통 강화를 주문했다.
2013~2017년 간 금오공대 총장을 역임한 김 의원은 스스로를 “기계부터 전자까지 공부한 학자”라고 소개했다. 원전의 과학성을 강조하는 원자력계의 일원이지만, 원전이 안전하다고만 말하고 원전 확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고준위 방폐장 실증시설 기능을 수행할 지하연구시설(URL)이 주민수용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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